“이대호의 은퇴시즌 성적은 세계기록”…한미일 주요선수 마지막 성적표 비교[장환수의 수(數)포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4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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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8일 시즌 최종전인 LG와의 사직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그의 등 번호 10번은 최동원의 11번에 이어 롯데에서 두 번째로 영구 결번됐다. 부산=뉴시스
이대호가 8일 시즌 최종전인 LG와의 사직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그의 등 번호 10번은 최동원의 11번에 이어 롯데에서 두 번째로 영구 결번됐다. 부산=뉴시스
롯데 이대호(40)보다 은퇴 시즌에 잘 한 선수가 있을까. 손가락 아프게 찾아봤지만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소한 프로야구에선 없는 것 같다. 다른 종목에선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전설의 쿼터백 톰 브래디가 있지만 이들은 은퇴를 번복했다.

이대호의 올해 성적은 타율 0.331(4위), 23홈런(5위), 101타점(4위), 179안타(4위), 출루율 0.379(10위), 장타율 0.502(6위)이다. 득점과 도루를 제외한 타격 6개 부문에서 톱 10에 올랐다. MVP 후보감이다. 더욱 돋보이는 것은 최근 4년간 최고 성적을 냈다. 30대 후반 이대호보다 40세 이대호가 빛났다.

나이에 따른 체력과 선구안 약화가 나타나긴 했다.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대호의 평균 타구 속도는 2020년 시속 136.3km에서 2021년 134.8km, 올해 131.3km로 떨어졌다. 시속 95마일(약 152.9km) 이상인 하드 히트 생산 비율은 40.9%에서 33.3%, 33.5%로 주춤했다. 스트라이크존 콘택트 비율은 72.7%, 72%에서 68.6%로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타구의 평균 발사각을 12.7도, 12.6도에서 16.5도로 높여 더 많은 장타와 높은 타율을 만들어냈다.

이런 그를 향해 팬들은 물론 동료들도 만류했지만 이대호는 2년 전 예고한대로 은퇴를 강행했다. 롯데는 8일 LG와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은퇴식과 동시에 그의 등번호 10번을 영구 결번했다.
월드클래스 이대호 vs 아시아급 이승엽
한국 최고의 타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두산 이승엽 감독을 꼽는 이가 더 많을 것이다. 이승엽은 국내에서 15시즌밖에 안 뛰었지만 홈런 타점 득점 루타 등 장타 관련 통산 기록은 대부분 톱에 올라 있다. 2003년엔 56홈런을 날려 오 사다하루를 제치고 당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은퇴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린 것을 비롯해 2017년 41세의 나이에 거둔 타율 0.280 24홈런 87홈런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고 기록이었다.

2017년 이승엽(왼쪽)과 이대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2017년 이승엽(왼쪽)과 이대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국내에서 17시즌을 뛴 이대호는 통산 성적 1위는 없지만 기록의 질에 있어서만큼은 이승엽을 능가한다. 이대호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관왕에 오른 2010년 9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다. 켄 그리피 주니어(1993년), 돈 매팅리(1987년), 대일 롱(1956년)의 8경기를 뛰어넘은 세계 기록이다. 7관왕은 타이 콥(1909년)이 전무후무한 8관왕 석권을 한데 이은 2위 기록. 칼 야스터젬스키(1967년), 로저스 혼스비(1922년), 나폴레온 라조이(1901년)와 동률을 이뤘다. 이와 함께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뛰며 꾸준히 정상급 성적을 낸 선수는 이대호와 동갑내기인 삼성 오승환밖에 없다.

이대호 한미일 프로야구 성적
국가
연도
성적
한국
2001~11, 17~22
0.309 374홈런(3위) 1452타점(5위) OPS 0.900
일본
2012~15
0.293 98홈런 348타점 OPS 0.856
미국
2016
0.253 14홈런 49타점 OPS 0.740
유니폼 벗는 날까지 리그를 지배한 선수
이대호와 이승엽은 마지막 시즌까지 규정타석을 채웠다. 이들만큼은 안 되지만 전성기에 맞먹는 기량을 보인 국내 선수는 SK 김재현, LG 박용택, KT 유한준이 있다. 김재현은 2010년 거의 풀타임을 뛰며 10홈런을 날렸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MVP가 되는 등 우승에 기여했다. 박용택과 유한준은 벤치를 들락거렸지만 3할 타율을 달성했다. 유한준도 지난해 팀이 우승한 뒤 유니폼을 벗었다. 그리고 선동열이 있다. 선동열은 36세 때인 1999년 일본 주니치에서 시즌을 마친 뒤 미국 진출을 꾀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은퇴했다. 구위가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성적표가 1승 2패 28세이브에 평균자책 2.61이었다.

미국에선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윌리엄스는 42세 때인 1960년 타율 0.316에 29홈런 72타점, OPS 1.096의 성적을 거둔 뒤 은퇴했다. 이대호보다 홈런과 OPS에선 앞선다. 세인트루이스 알버트 푸홀스는 올해 기적을 만들었다. 6월까지 4홈런에 그쳐 통산 700홈런 달성이 불가능해보였지만 막판 놀라운 집중력으로 703호까지 찍은 뒤 은퇴했다. 그가 올해 날린 24홈런은 최근 6년간 자신의 최고 기록이었다.

알버트 푸홀스의 통산 703홈런 순간. 피츠버그=AP뉴시스
알버트 푸홀스의 통산 703홈런 순간. 피츠버그=AP뉴시스
일본에선 통산 868홈런의 오 사다하루가 마지막 시즌인 1980년에도 30홈런(타율 0.236 84타점)을 쏘아 올렸다. 히로시마와 의리를 지킨 구로다 히로키는 메이저리그에서 7년 만에 돌아온 뒤에도 2년간 21승을 거뒀다. 은퇴 시즌인 2016년 성적은 10승 8패에 평균자책 3.06이다.

한·미·일 주요 선수 은퇴 시즌 성적
선수
나이
연도
성적
이대호
40
2022
타율 0.331 23홈런 101타점 OPS 0.881
이승엽
41
2017
타율 0.280 24홈런 87타점 OPS 0.863
선동열
36
1999
평균자책 2.61 1승2패28세 34K
김재현
34
2009
타율 0.288 10홈런 48타점 OPS 0.868
박용택
41
2020
타율 0.300 2홈런 35타점 OPS 0.735
유한준
40
2021
타율 0.309 5홈런 42타점 OPS 0.827
테드 윌리엄스
42
1960
타율 0.316 29홈런 72타점 OPS 1.096
알버트 푸홀스
42
2022
타율 0.270 24홈런 68타점 OPS 0.895
타이 콥
42
1928
타율 0.323 1홈런 40타점 OPS 0.819
오 사다하루
40
1980
타율 0.236 30홈런 84타점 OPS 0.803
구로다 히로키
41
2016
평균자책 3.09 10승8패 98K
비운의 스타 루 게릭과 무안타 이치로
마지막은 초라했지만 감동을 안긴 선수도 있다. ‘철마’ 루 게릭은 1939년 6월 13일 자신의 병을 대중에 공개하며 14년간 이어온 2130경기 연속 출장기록을 스스로 접었다. 운동신경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희귀질환인 ‘루 게릭 병’이었다. 8일 뒤 은퇴했고, 2년 뒤 영면했다. 그해 성적은 8경기에 나가 타율 0.143에 1타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유예기간 없이 바로 게릭을 명예의 전당 멤버로 선출했다. 게릭은 이미 1938년부터 원인 모를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타율 0.295에 29홈런 114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스즈키 이치로는 46세인 2019년 일본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5타수 무안타 1볼넷)만 뛴 뒤 은퇴를 발표했다. 50세까지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의 도전 정신은 박수를 받았다. 박찬호는 2012년 39세의 나이에 한화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시즌을 치렀다. 5승 10패에 평균자책 5.06은 ‘코리안 특급’에게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지만 몸을 사리지 않은 그의 투혼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2012년 한화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2012년 한화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박찬호
39
2012
평균자책 5.06 5승10패 68K
최동원
32
1990
평균자책 5.28 6승5패1세 24K
이종범
41
2011
타율 0.277 3홈런 24타점 OPS 0.724
양준혁
41
2010
타율 0.239 1홈런 20타점 OPS 0.674
송진우
43
2009
평균자책 7.36 1승2홀드
루 게릭
36
1939
8경기 0.143 1타점
베이브 루스
40
1935
타율 0.181 6홈런 12타점 OPS 0.789
행크 애런
42
1976
타율 0.229 10홈런 35타점 OPS 0.684
놀란 라이언
46
1993
평균자책 4.88 5승5패 46K
로저 클레멘스
45
2007
평균자책 4.18 6승6패 68K
랜디 존슨
46
2009
평균자책 4.88 8승6패 86K
장훈
41
1981
타율 0.313 3홈런 16타점 OPS 0.586
스즈키 이치로
46
2019
2경기 5타수 무안타 1볼넷
마이클 조던과 톰 브래디
나이가 들어서도 만화와 같은 인생을 산 선수들도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3시즌 연속 우승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낸 조던은 이듬해 8월 부친이 고속도로에서 강도의 총에 맞아 사망하자 첫 번째 은퇴를 선언한다. 최고의 전성기에 은퇴도 놀랍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가 제2의 인생으로 야구를 선택한 것이다. 조던은 31세인 1994년 더블A에서 연봉 1만 달러 선수로 뛰었고, 유망주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1995년 3월 미국의 언론사들은 “I‘m back(내가 돌아왔다)”이라고 짧게 쓰인 한 통의 팩스를 받는다. 18개월의 공백이 무색하게 조던은 다시 팀의 3연패를 이뤄냈고 2000년 두 번째 은퇴를 한 뒤 워싱턴 주주 겸 사장으로 취임한다. 그리고 2년 뒤 NBA의 인기를 회복시키고자 다시 복귀한다. 그는 40세가 된 2003년 시즌까지 평균 20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의 성적을 남겼다.

미국프로풋볼(NFL)의 톰 브래디는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전설이다. 만년 하위 팀 탬파베이를 이적 첫 시즌 만에 우승시키며 자신의 7번째 슈퍼볼 정상에 오른 그는 시즌을 끝낸 올 초 은퇴를 선언했지만 40일 만에 번복하며 필드로 돌아왔다. 45세의 그이지만 은퇴하기엔 너무 화려한 성적표였다. 그는 719번의 패스를 시도해 485개를 성공시켰고, 5316야드를 전진해 43번의 터치다운을 일궈냈다. 22년간 자신의 커리어 하이 성적이었다. 탬파베이는 그의 활약에 힘입어 올해도 디비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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