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지휘봉 잡은 이승엽 “‘초보 감독’ 편견 깨고 싶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10월 15일 0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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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타자’가 두산 베어스의 사령탑으로 돌아온다. 이승엽(46) 두산 신임 감독은 “편견을 깨고 싶다. ‘초보 감독이다, 경험이 없다’ 이런 편견을 깨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두산은 14일 “11대 감독으로 이승엽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특보를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3년, 총액은 18억원(계약금 3억, 연봉 5억)”이라고 발표했다.

파격 인사다.

이승엽 감독은 두산과 접점이 없는 삼성 라이온즈의 레전드 출신이다. 1995년 프로에 데뷔한 뒤 일본프로야구(2004~2011년) 시절을 제외하고 줄곧 삼성에서만 뛰었다.

화려한 선수 시절 성적과 달리 지도자 경험은 없다.

KBO리그 통산 1096경기 타율 0.302, 467홈런 1498타점을 남기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수상한 이 감독은 은퇴 후 해설위원, 장학재단 이사장, KBO 홍보대사와 기술위원 등을 지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은퇴 후 5년 만에 두산 유니폼을 입고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이 감독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공식적인 이야기는 그제 들었다. 어느 정도 ‘혹시’하는 느낌은 있었지만 내가 두산 출신이 아니다보니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며 “제안을 받고 감사했다. 꿈이 있었기 때문에 ‘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현역 생활을 마친 뒤 현장 ‘안’으로 들어오진 않았지만, 야구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그가 걸어온 길엔 언제나 ‘야구’가 가장 큰 주제였다.

이 감독은 “야구 감독이라는 꿈이 있었다. 은퇴 후 첫 번째 꿈을 이뤘으니 이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코치 경력 없이 곧바로 사령탑에 데뷔하는 그를 향한 시선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그 역시 이를 모르지 않는다.

“삼성 색이 너무 강한 것도 부담스럽기도 했고, 두산에서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많이 붙을 것 같다”면서 “야구를 밖에서 보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뛰었고, 선수로도 경험이 많고 하니, 그런 부분을 토대로 해서 선수들과 소통을 더 잘하겠다. 선수들이 100% 컨디션으로 경기에서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히려 자신의 색을 더 잘 낼 수 있는 기회로도 여기고 있다. “내가 하나도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상대가 내 패를 모를 수 있지 않나. 앞으로 보여줄 게 많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한 이 감독은 “‘초보 감독이다’ 이런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초보 감독이다, 경험이 없다’ 이런 편견을 깨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장 ‘밖’에 있던 지난 5년 간 ‘복귀’를 꿈꾸며 자신의 야구 철학을 정립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일본에서도 오래 뛰었다 보니 미국식 빅볼보다 아기자기한 야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런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하고 싶다. 생각하는 야구를 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주자 3루에 내야수들이 뒤로 물러나 있으면 땅볼을 쳐서 1점을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야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을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아는 야구를 선수들에게 조금 더 강조할 거다. 야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라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확실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시기에 두산에 합류했다.

두산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지만 매년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이 팀을 떠나며 전력이 계속 약화됐다. 올해는 창단 첫 9위 불명예를 썼다.

이 감독은 “양의지, 박건우(이상 NC), 민병헌(은퇴) 등 FA를 거의 다 놓쳐왔다. 하지만 전력이 빠졌는데도 계속해서 한국시리즈를 올라갔다”고 짚으며 “선수들이 어려울 때 어떻게 경기를 끌고 나가야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정신을 높이 평가해서 대화를 더 나눠보고 싶다”고 긍정적인 부분을 봤다.

“빨리 선수들을 만나서 파악하고, 어떤 훈련과 준비가 필요한지를 알려고 한다. 적응 기간을 없애고 준비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보탰다.

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두산이 외부 FA를 영입, 새 사령탑에게 통 큰 선물을 안길 지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가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좋다”며 껄껄 웃은 이 감독은 “내가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하기 보단 구단에서 좋은 판단을 하셔서 선택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은 FA 선수가 있으면 뽑아주시면 좋다”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제 다시 치열한 승부의 세계로의 복귀다. 이 감독은 “기대가 된다”며 새로운 시작에 설렘을 드러냈다.

새 출발에 앞서 친정팀 ‘삼성팬’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삼성 팬들에게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비록 이제는 두산의 감독이 됐지만 팬들의 성원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리고는 “은퇴하고 5년이 지났는데, 그 시간 동안 야구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커졌다. 새로 만날 두산 팬들께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경기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어느 팀이라도 이길 수 있도록 끈질기고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을 상대로 만나면 어떨 것 같은지’를 묻는 질문엔 “똑같다. 냉정해야 한다”며 ‘사령탑’으로서의 뜨거운 승부를 예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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