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탈락 충격 컸나, 황당 논리로 헛된 희망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31일 13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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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지난 25일 북마케도니아와 유럽지역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0-1로 져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준결승전이 끝난 뒤 독일 대표팀에서 도핑 양성반응 선수가 나왔다며 한국이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는 루머가 퍼진 적이 있었다. 이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중계돼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지금 이탈리아에서는 20년 전 이런 황당한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탈리아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란의 징계로 탈락할 경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루머다.

이탈리아의 스포르트 메디아셋과 스카이 스포츠 이탈리아, 스포르트 이탈리아 등은 지난 30일(한국시간) 일제히 이란이 FIFA로부터 징계를 받을 경우 이탈리아가 본선에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징계 사유는 이란이 레바논과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여성 관중들을 입장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FIFA는 지난 2019년 이란축구협회에 여성의 경기장 출입정지 조치를 어겨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했는데 이란 측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들 매체는 2000명의 여성이 티켓을 구매했음에도 이란 정부와 협회 차원에서 경기장 출입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FIFA가 이란축구협회의 거듭된 위반 행위로 극단적으로 이란을 월드컵 본선에서 제외시킬 수 있으며 이 경우 FIFA 랭킹에서 순위가 가장 높은 이탈리아가 가장 먼저 구제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매체의 논리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현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일단 이란이 FIFA로부터 징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본선진출까지 막을 명분은 없다. 여성을 경기장에 출입시키지 않는 것에 대해 경고를 한 것은 맞지만 경기장에서 종종 일어나는 인종 차별 정도의 수위에 불과하다. 경기장에서 인종 차별이 일어났다고 해서 해당 국가의 자격을 정지시킨 적은 없다.

만약 FIFA가 이런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이란축구협회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것이 분명하다. 조 추첨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고 당장 7개월 뒤에 본선이 열리는 입장에서 FIFA가 이런 번거로운 일을 스스로 만들리가 없다.

백번 양보해 FIFA가 이란을 탈락시킨다고 해도 본선행 티켓이 이탈리아로 돌아갈리 만무하다. 엄연히 이란의 본선행은 아시아에 배정된 4.5장의 본선 티켓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이란이 징계를 받아 탈락한다면 이는 당연히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에 돌아가야지, 이탈리아에 돌아가서는 안 된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AFC 차원에서 적극 대응할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의 유수 스포츠 매체들이 황당한 논리로 이탈리아의 본선행 희망을 갖는 것은 그만큼 탈락 충격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탈리아는 지난 25일 북마케도니아와 유럽지역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0-1로 져 지난 2018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까지 포함해 모두 세 차례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했는데 2회 연속은 처음이다. 이탈리아로서는 본선 탈락이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황당한 논리로 ‘정신승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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