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경험도 없는데…LG 송찬의, 시범경기 연일 대포쇼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23일 0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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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범경기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를 꼽을 때 LG 트윈스 송찬의(23)를 빼놓을 수 없다.

송찬의는 지난 22일 인천 SSG 랜더스전까지 시범경기에 7차례 출전해 타율 0.364(22타수 8안타) 5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3루타 1개까지 포함하면 때려낸 안타 8개 중 절반 이상인 6개가 장타다.

지난 22일 SSG와의 경기에서는 한층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직 메이저리거’ 이반 노바와 김광현을 상대로 모두 홈런을 날렸다.

노바는 KBO리그 무대를 밟은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역대급’ 경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투수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빅리그 무대를 누비며 90승 77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 6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송찬의는 0-0으로 맞선 2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노바의 5구째 시속 150㎞짜리 투심 패스트볼을 노려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7회초에는 국내 최고 좌완 투수이자 2020~2021년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김광현이 송찬의의 희생양이 됐다.

송찬의는 김광현이 던진 시속 150㎞짜리 초구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이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LG는 송찬의의 타격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시범경기에서 내·외야 전 포지션에 기용하며 가능성을 체크하고 있다. 송찬의는 시범경기 동안 포수, 3루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지난해 퓨처스(2군)리그에서는 1루수, 3루수를 주로 맡았다.

정규시즌 1군 경기에 한 번도 출전한 적이 없는 선수라 송찬의는 한층 주목을 받고 있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 전체 67순위로 LG에 입단한 송찬의는 1군 경기 출전 경험이 전무하다.

퓨처스(2군)리그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2018~2019년 2년 동안 29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다. 2년간 타율도 0.154(26타수 4안타)에 그쳤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한 송찬의는 군대에서도 야구를 놓지 않았다. 부대에 양해를 구해 글러브, 배트를 가지고 들어가 스윙이나 캐치볼을 했다. 같은 부대에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김도규가 캐치볼 상대였다.

송찬의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야구 경기를 챙겨보고, 잘 치는 타자들의 영상을 찾아봤다”며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했다. 부대에 스윙이나 캐치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부대에서 배려해주셔서 글러브, 배트를 가지고 들어가 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제대 이후 송찬의는 확 달라진 모습을 뽐내고 있다. 지난 시즌 중반 소속팀에 복귀한 송찬의는 퓨처스리그 55경기에서 타율 0.301(146타수 44안타) 7홈런 23타점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보여줬다.

군대에서 보직은 소총수였지만,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대포를 아낌없이 쏘아올리고 있다.

22일 SSG전에서는 김광현의 복귀 이후 첫 시범경기 등판으로 50여 명의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전직 빅리거들 사이에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송찬의는 “노바와 김광현 선배 모두 공이 빠르고 좋은 투수들이다. 대기타석부터 타이밍을 맞추는데 신경을 썼다”면서 “김광현 선배를 상대로 홈런을 쳤을 때는 공이 너무 좋아서 빠른 볼카운트에 투구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긴장한 기색을 보인 송찬의는 “야구 시작하면서 항상 꿈꿔온 순간”이라고 기뻐했다.

프로 입단 당시 송찬의는 야구 실력보다 송구홍 전 LG 단장의 조카로 더 유명했다. 공교롭게도 LG가 송찬의를 지명했을 때 송 전 단장이 단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고 떠올린 송찬의는 “신경을 안쓰려고 하고, 듣지 않을고 했지만 눈치를 많이 보게 됐다. 그러다보니 플레이도 소극적으로 했다”고 회상했다.

군대에 가서 생각이 바뀌었다는 송찬의는 “군대에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야구는 내가 하는 것이고, 주변의 이야기를 신경쓰기보다 내가 하고싶은대로 자신있게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빅리그에서 통산 149개의 홈런을 친 하비에르 바에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보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송찬의는 “공격적인 타격을 하는 바에스와 나의 스윙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국내에서는 닮고 싶은 선수가 너무 많다”고 했다.

시범경기 성적만 놓고 봐서는 송찬의는 올해 LG의 ‘히트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송찬의는 “어느 포지션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라며 “현재로선 신인왕 같은 타이틀 욕심은 없다. 팀의 가장 큰 목표가 우승이고, 우승에 일조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목표”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인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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