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전에 4강’ 교토국제고, 기적의 행진 이어갈까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8일 0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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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4강까지 진출하며 기적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28일 오전 11시30분 나라현 대표 지벤가쿠엔고교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여기서 승리하면 29일 오후 2시 결승전에 나선다.

교토국제고의 이번 대회 4강 진출은 ‘파란’으로 평가받는다.

1999년 야구부를 창설한 교토국제고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약체로 분류됐다. 전교생 숫자가 130여 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였고, 야구 연습장에는 외야도 없는 등 훈련 환경도 열악했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동포 단체가 교토조선중학교를 설립해 개교했다. 1990년대 심각한 재정난을 겪기도 했던 교토국제고는 2004년 일본 교육법 제1조의 인가를 받아 한일 양국으로부터 중고등 일관 학교로 인정을 받았다.

약체로 여겨지던 교토국제고는 2018년 교토 지역예선 4강 진출에 성공했고, 이듬해 준우승을 거머쥐며 점차 두각을 드러냈다.

교토국제고는 올해 ‘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에 처음 출전하며 이름을 알렸다.

외국계 학교로는 처음으로 봄 고시엔 무대에 나선 교토국제고는 당시 첫 경기에서 시바타고교를 연장 끝에 5-4로 꺾으며 첫 승리를 신고했다. 그러나 16강전에서 4-5로 역전패해 아쉽게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심기일전한 교토국제고는 일본 고교 야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여름 고시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진출을 이뤄냈다.

여름 고시엔에는 4000개에 가까운 일본 고교 야구 팀 가운데 단 49개 팀만 출전할 수 있다. 지역예선을 통해 47개 도도부현(도쿄·홋카이도 2개팀 진출)의 대표만이 나선다.

이번 여름 고시엔에도 3603개의 고교 야구팀이 도전장을 던졌다. 교토국제고는 지역예선에서 7전 전승을 거두고 우승해 여름 고시엔 출전권을 따냈다.

교토국제고의 돌풍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첫 출전에서 멈추지 않았다.

본선 32강에서 5년 연속 군마를 대표해 나선 마에바시이쿠에이고를 1-0으로 꺾으며 첫 승리를 따낸 교토국제고는 16강에서 니쇼가쿠샤대학부속고를 6-4로 누르고 8강에 올랐다.

외국계 학교가 봄, 여름 고시엔을 통틀어 8강에 진출한 것은 교토국제고가 처음이다.

한 번 기세를 끌어올린 교토국제고에 브레이크는 없었다. 8강전에서는 쓰루가케히고를 상대로 3-2 승리를 거뒀다.

쓰루가케히고는 그간 10번이나 고시엔에 출전한 야구 명문고다. 7회까지 0-2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던 교토국제고는 8회말 2-2로 균형을 맞췄고, 9회 역전 점수를 뽑아 극적으로 이겼다. 교토 대표가 여름 고시엔 준결승에 오른 것은 2005년 이후 16년 만이다.

교토국제고의 교가는 한국어로 돼 있으며 교가 첫 머리가 “동해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되는 여름 고시엔에서 교토국제고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국어 교가는 전국에 생중계됐다.

교토국제고가 지벤가쿠엔고교를 꺾고 결승에 오르면 다시 한 번 한국어 교가가 일본 전역에 울려퍼지게 된다.

아울러 첫 출전에 우승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첫 출전한 학교의 우승 사례는 2013년 마에바시이쿠에이고가 마지막이다. 스포츠호치에 따르면 역대 고시엔에서 첫 출전에 우승한 사례는 역대 14차례 있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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