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손 들어준 ‘스포츠맨십’…조구함 “韓 가면 올림픽 준비해야죠”

도쿄=강홍구 기자 입력 2021-07-29 21:33수정 2021-07-2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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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조구함이 29일 일본 도쿄 지오다구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100kg급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2021.7.29/뉴스1 (도쿄=뉴스1)
9분 35초간의 골든스코어(연장전) 혈투 끝에 상대의 안다리후리기로 한판승을 내준 조구함(29·KH그룹필룩스)은 한동안 매트 바닥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지난 5년간의 시간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조구함은 자신의 오른손으로 방금 전 자신을 쓰러뜨린 애런 울프(25·일본)의 왼팔을 들어줬다. 경기 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믹스트존에 들어온 조구함은 “나보다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부족함과 패배를 인정하는 의미에서 손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29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일본부도칸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유도 남자 100㎏급 결승은 조구함과 애런의 한일 맞대결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번 대회 유도 경기 6일 만에 처음 성사된 한일전이다. 1964년 도쿄올림픽 유도 경기장으로 쓰였던 이 곳은 올림픽 무대에 유도를 처음으로 선보인 ‘일본 유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조구함은 “경기 전부터 대진표를 보고 울프가 올라오길 바랐다.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 결승에서 일본 선수를 만난다면 올림픽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승리할 자신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부족했다. 국가대표 10년 이상 하면서 만나본 선수 중 제일 강했다”고 말했다.

씨름 선수 출신 아버지와 육상 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구함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강원 춘천으로 이사를 가면서 유도를 시작했다. 당시 집안사정으로 도중에 운동을 그만둬야 했던 아버지는 누구보다 조구함을 강하게 키웠다. 선수는 담력이 좋아야 한다며 초등학교 6학년이던 조구함을 새벽에 근처 공동묘지에 내려둔 채 집에 찾아오도록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시청 앞에서 유도복을 입은 채 자기소개를 하게 하기도 했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배짱은 그때 익힌 것이라고 한다.

유도 조구함이 29일 일본 도쿄 지오다구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100kg급 결승전에서 일본의 울프 아론에게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1.7.29/뉴스1 (도쿄=뉴스1)
19살이던 2011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애초 100㎏이상 급에서 뛰었던 같은 체급 선수들보다 작은 덩치(178cm)로 줄곧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체급을 낮추는 모험수를 강행했다. 선발전을 앞두고 5주 만에 25㎏를 넘게 뺐다.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유도대표팀 훈련을 하루 종일 마치고 또 감량을 위해 러닝머신 위에 올랐다. 식단관리를 위해 먹는 닭 가슴살이 지겨워 고무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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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모았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는 왼쪽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부상을 안고 올림픽에 나섰지만 2경기 만에 16강에서 탈락했다. 대회 직후 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가족도 병실에 오지 못하게 했다. 긴 재활의 터널에 들어갔던 조구함은 2018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성공적으로 복귀했고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위해 땀방울을 쏟았다. 60㎏급 김원진, 90㎏ 곽동한 등 1992년생 동갑내기 중에서도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기도 했다.

치열했던 결승전을 마치고 나온 조구함의 입에서 나온 건 예상외로 2024년 올림픽 장소인 프랑스 파리였다. 한국에 돌아가면 하고 싶은 묻는 질문에 조구함은 “올림픽 준비해야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파리에서 금메달 따겠다”고 말했다. 이튿날(30일)이면 자신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을 맞는 조구함은 그렇게 빛나는 은메달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기약했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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