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도 응원도 없는 올림픽, 뛰고 싶겠나” 불참자 속출 우려

강홍구 기자 입력 2021-07-10 03:00수정 2021-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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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42개 경기장 중 34곳 ‘무관중’
호주 테니스 선수 “뛸 이유 없어”… 축구-야구-사이클 중 일부만 관중
日 경제손실 1조3665억원 예상… 야구-유도 등 한일전 분수령 종목
일방적 응원 없어 부담 줄어들 듯
관중 없이 치른 5월 ‘테스트 이벤트’ 텅 빈 경기장엔 선수들의 기합 소리만 울려 퍼진다. 13일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보게 될 장면이다. 8일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이 도쿄도를 비롯한 수도권 4개 지자체 경기장에 무관중 방침을 결정하면서 자칫 ‘팬 없는 올림픽’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5월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육상 테스트 이벤트 장면. 도쿄=AP 뉴시스
“상상해 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올림픽이 될 것이다.”

일본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노구치 아키요(32)는 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날인 8일 일본 정부와 도쿄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등은 5자 온라인 회의를 통해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 도내 모든 경기장에 관중을 입장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기가 열리는 전체 9개 지방자치단체 중 도쿄도를 비롯해 가나가와현, 지바현, 사이타마현까지 수도권 4개 지자체가 무관중 방침을 정하면서 전체 42개 중 약 81%인 34개 경기장이 관중을 받지 않는다. 이외 지역에서 열리는 사이클(시즈오카), 축구(홋카이도, 미야기, 이바라키), 야구·소프트볼(후쿠시마)의 일부 경기만이 관중 입장을 허용한다. 홋카이도에서 하는 마라톤, 경보는 경기장 밖 도로에서 치러진다.

노구치는 “너무 슬프다. 내가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던 이유는 가족과 응원단 앞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정 선수 출신으로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5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캐서린 그레인저 영국체육회장(46)도 “텅 빈 경기장을 경험할 모든 선수는 깊은 상실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125년 올림픽 역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에 선수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참자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호주 남자 테니스 선수인 닉 키리오스(26)도 무관중 소식이 전해진 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게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도쿄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34·세르비아) 또한 앞선 5월에 “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열린다면 불참할 수 있다”고 말했고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도 최근 윔블던 8강 탈락 이후 올림픽 출전 여부에 확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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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결단식을 한 한국 선수단은 최대한 동요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특히 유도와 야구 등 한일전이 주요 분수령이 될 종목들은 일본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열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국제대회 때마다 되풀이된 일본 관중의 욱일기 응원 문제 등도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팀 지도자는 “오히려 일본 선수들도 만원 관중 앞에서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관중 경기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그저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민간연구소 노무라소켄은 이날 무관중 경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방침대로 수도권 4개 지자체에서 무관중 경기를 할 경우 관람객은 전체 정원의 10.8%에 그치고, 이에 따라 입장권 구입 및 교통, 숙박 등 연관 소비지출이 약 1309억 엔(약 1조3665억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도쿄올림픽#무관중#불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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