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들이 연이어 부상으로 쓰러졌다. 팀에는 악재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에게는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찬스다. 문제는 실력 발휘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양현종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5피안타 3볼넷 2탈삼진 7실점에 그쳤다. 실점은 모두 자잭점이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38에서 5.47까지 치솟았다.
호투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했던 양현종에겐 더욱 아쉬운 결과다.
텍사스는 투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고민이 깊다.
일본인 투수 아리하라 고헤이가 어깨 수술로 최소 12주 이상 마운드에 오를 수 없게 됐다. 베테랑 카일 깁슨은 오른 사타구니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구원 투수 헌터 우드도 오른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껴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런 가운데 선발로 투입된 양현종이 호투를 펼친다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기대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양현종은 이날 1회부터 선두타자 저스틴 업튼에게 좌월 솔로포를 얻어 맞고 출발했다. 2회에는 선두 호세 이글레시아스에게 볼넷을 내준 뒤 후속 재러드 월시에게 우월 2점 홈런을 헌납했다.
3회를 삼자범퇴로 정리하며 안정을 찾는 듯 했던 양현종은 4회 또 실점했다. 안타와 볼넷으로 몰린 무사 1, 2루 월시 타석에서 폭투로 주자들의 진루를 허용했다.
위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무사 2, 3루에서 월시와 테일러 워드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았다. 커트 스즈키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어렵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올린 양현종은 브렛 데 제우스와 교체됐다. 데 제우스가 업튼에 적시타, 오타니 쇼헤이에 우월 스리런을 얻어 맞아 양현종의 실점은 ‘7’로 불어났다.
선발 양현종이 무너진 텍사스는 5-11로 완패했다. 양현종은 시즌 2패째를 당했다.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다 올해 미국으로 건너간 양현종은 마이너리그에서 개막을 맞았지만, 지난달 말 빅리그로 콜업됐다. 구원 투수로 나와 긴 이닝을 책임지는 롱 릴리프 역할을 주로 맡으며 눈도장을 찍었다.
결국 선발 기회까지 잡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두 차례 선발로 나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지난 21일 양현종을 앞으로 선발로 기용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작 기회가 찾아오자 양현종이 주춤하고 있다.
최근 3경기 연속 한 경기에 3볼넷 이상씩을 내주며 제구력 불안을 드러냈다.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면서 경기도 어렵게 풀어간다. 7실점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이다.
기다리던 기회는 왔다. 이제 남은 건 양현종의 몫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양현종’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선 보다 확실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양현종은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공이 밋밋하게 들어갔다. 공에 힘이 없다보니 정타가 많이 나왔고,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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