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후 성공한 손아섭처럼… “절실함 때문에 이름바꿔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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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바뀌면 낯선 이름 종종 등장… 2008년까지 26년간 6명만 개명
최근 11년새 총 78명 새 이름
“부상-부진 벗어나려는 마음 커”

프로야구 SK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 야수 조 훈련에서 꽤 낯익은 선수가 아주 낯선 이름으로 불리는 광경이 목격됐다.

주인공은 2018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출신인 한동민(32). 키 190cm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으로 ‘동미니칸(동민+도미니카인)’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했다. 2018년 41홈런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최근 2년간 부진한 성적(2시즌 홈런 총 27개)에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한동민은 최근 야구선수들 사이에서 바람이 분 ‘개명’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개명 절차를 밟아 2일 법원으로부터 허가 통보도 받았다. 한동민은 “세부적인 절차가 남아 있으니 바뀐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며 “‘나무에 볕이 든다’는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미니칸’ 등 바뀐 이름을 빗댄 애칭으로 그를 불렀다.

롯데 포수 지시완(개명 전 지성준·27)은 두 번째 개명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 성준으로 개명했다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시완’이라는 세 번째 이름을 갖게 됐다. 성준으로 프로지명 등 성공적인 야구 인생 1막을 보냈지만 지난해 사생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현재 그는 ‘시완’으로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시완(是Q)의 한자를 풀면 ‘일아재원(日疋才元)’으로 ‘날마다 재주가 으뜸’이란 뜻이다.

이들 외에도 최근 프로야구에서 이름을 바꾸는 선수들은 흔하다.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2008년까지 프로 입단 뒤 이름을 바꾼 선수는 6명에 불과했다. 2009년 손아섭(33·롯데) 개명 이후인 2010∼2020년 10년 동안에는 무려 78명으로 급증했다.

개명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야구계는 손아섭의 영향을 꼽았다. 손아섭은 2009년 손광민에서 이름을 바꾼 뒤 이듬해부터 타율 3할을 보장하는 간판 타자로 성장해 2017시즌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롯데와 4년 98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한동민은 팀 동료인 오태곤(개명 전 오승택·30)으로부터 작명소를 소개받았는데 이곳은 오태곤이 롯데 시절 손아섭으로부터 소개받은 곳이기도 하다.

개명을 한 뒤 성공한 선수들도 있지만 모두가 개명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까지 개명한 선수 85명 중 효과를 봤다고 할 만한 선수는 손아섭을 비롯해 지난 시즌 두산에서 10승을 거둔 최원준(개명 전 최동현·27), KT 주전 중견수 배정대(개명 전 배병옥·26), 고교시절 개명해 KBO 집계에서 빠진 두산 외야수 박건우(개명 전 박승재·31) 정도다. 개명을 했지만 재능을 못 피우고 은퇴한 한 선수는 “부상과 부진을 벗어나고 싶어 현역 시절 개명을 했다. 어떤 수단을 써서든 야구를 잘하고 싶은 ‘절실함’ 정도로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야구#개명#손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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