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진 LG 마무리 고우석 “지는 것 너무 싫다”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에게 지난해 포스트시즌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데뷔 첫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고우석은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0-0으로 맞선 9회말 등판, 박병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초구가 그대로 통타를 당하면서 고우석은 역대 포스트시즌 최소 투구 패전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시작부터 꼬인 고우석은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10.80로 크게 부진했다. LG도 키움에 밀려 도전을 멈춰야 했다.

고우석이 1년 만에 다시 한 번 가을잔치를 앞두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난 상대는 작년 아픔을 안겼던 키움이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앞두고 만난 고우석은 “작년 공 1개로 경기가 끝나봤기에 (올해는) 좀 더 단단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걱정·두려움보다 자신감으로 싸우면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고우석은 “지는게 너무 싫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면서 “작년에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니 열심히 했다는 걸 증명하려면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한 시즌을 싸워오면서 스스로 성장을 체감했다.

고우석은 “작년에는 큰 어려움 없이 하다가 막판 어려움 잘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올해는 첨부터 힘들었고, 잘하다가 컨디션이 떨어졌다. 떨어졌을 때 어떻게 반등할 수 있는지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포스트시즌을 위해 한창 몸을 끌어올리던 지난달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투구 중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이다. 고우석의 일그러진 얼굴에 팬들은 큰 걱정을 쏟아냈다. 다행히 칼을 댔던 무릎이 아닌 발목의 미세한 통증으로 밝혀지면서 고우석은 별 탈 없이 가을야구를 맞이했다.

“그때 울진 않았다”던 고우석은 “수술을 두 번 해봤기에 겁이 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몸에서 소리가 나 예민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화도 났는데 대부분 수술 정도면 혼자 내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2위가 가장 유력해보였던 LG는 마지막 3경기에서 1무2패에 그치면서 4위로 내려앉았다.

고우석은 “높은 곳을 바라보다가 떨어져서 선수들 모두 속상하고 다운된 부분도 있다”면서 “4강에 든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여유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면서 운명을 받아들이고 다가올 일전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류중일 LG 감독은 “우석이는 젊고 장래가 촉망되는 마무리 투수”라면서 “마무리 투수는 말 그대로 마무리를 해줘야 한다. 불 지르지 말고 잘해줬으면 한다”는 말로 신뢰를 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