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피에스타] 가을의 벤치는 낯설지만, LG엔 여전히 박용택이 필요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0월 7일 08시 30분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LG 박용택이 7회초 대타로 출전해 안타를 친 후 미소를 지으며 1루로 향하고 있다. 고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LG 박용택이 7회초 대타로 출전해 안타를 친 후 미소를 지으며 1루로 향하고 있다. 고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입단 첫해 포스트시즌(PS) 무대를 밟는 행운은 선택받은 소수의 선수만 누릴 수 있다. 그 뜨거운 가을 중에서도 화려한 한국시리즈(KS)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건 여기에 몇 배 더 많은 운이 필요하다. ‘KBO리그 최고령’ 박용택(40·LG 트윈스)의 데뷔 첫 가을이었던 2002년은 그렇게 강렬한 첫 인상을 선사했다.

너무 많은 행운을 첫해에 몰아 썼기 때문일까. 가을의 신은 박용택에게 좀처럼 PS를 허락하지 않았다. 두 번째 가을까지 꼬박 11년의 세월이 걸렸다. 2002년 풋풋한 대졸 신인이었던 박용택은 2013년, 30대 중반이 되어 다시 PS를 밟았다. 2013년과 2014년, 2016년 세 차례 더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KS는 요원했다. 그렇게 박용택은 리그 최고령 선수가 됐고, 2019년 생애 다섯 번째 PS 무대를 찾았다.

그사이 역할도 달라졌다. 류중일 LG 감독은 박용택의 역할을 ‘1순위 왼손 대타’로 설정했다. LG의 야수진 뎁스를 생각한다면 가장 든든한 자원이지만 박용택 스스로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럴수록 몸을 바쁘게 쓰는 방법을 택했다.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3일 잠실구장, LG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타격 훈련을 소화한 이가 박용택이었다. 팀이 1-0으로 앞선 4회 무사 1·3루, 다소 이른 시기에 대타로 나와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다. LG가 3-1로 승리하며 준플레이오프(준PO) 진출을 조기에 확정한 데 큰 역할을 한 타점이었다. 이후 다시 교체됐지만,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선 채로 후배들을 독려하느라 바빴다. “후배들을 독려하는 게 내 역할이다. 거기에 맞춰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다. LG 박용택이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다. LG 박용택이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용택은 지난 시즌 종료 후 LG와 2년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문득 상념에 빠질 때면 머릿속엔 온통 ‘내년에도 꼭 PS 무대를 치러야 하는데…. 올해가 마지막이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만 가득하다. 그렇게 박용택은 가을이, 첫 우승이 절실하다.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6일 고척돔. 차명석 LG 단장은 “(박)용택이의 역할이 이전 PS와 달라졌기 때문에 본인에게 여운이 남긴 할 것”이라면서도 “LG의 가을에 박용택은 여전히 꼭 필요한 선수다. 마지막 PS는 절대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준PO 1차전에서도 그의 역할은 같았다. 7회 선두 정주현 타석에 대타로 들어섰고,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대주자 신민재의 견제사로 빛이 바랬지만, 상대 선발 제이크 브리검의 노히트를 끊어내며 기류를 LG 쪽으로 바꿨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경기 중후반 승부처에서 대타로 나와 안타를 치는 건 정상급 타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박용택의 이름이 전광판에 찍히는 순간, LG 팬들의 함성 데시벨은 최고점을 찍는다. 박용택은 아무렇지 않게 제 역할을 다했다. 그는 여전히 LG에 필요한 선수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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