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의 시대에서 투수의 시간으로…2019시즌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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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1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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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역사상 시즌 주요 기록의 평균, 누적 숫자가 이처럼 크게 요동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수년간 리그를 지배했던 타고투저는 완전히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투수의 시간이다.

새 공인구는 많은 것을 바꿨다. 선수의 가치, 팀의 전술, 경기 시간, 감독의 역할,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방향, 뎁스 차트까지 전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KBO는 극심한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해 2019시즌을 앞두고 공인구(스카이라인 AAK-100)의 반발력을 기존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낮췄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공인구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데이터 분석과 적용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은 개막 전 “구단 전력분석팀이 올 시즌 홈런숫자에 대해 우리 팀은 21% 감소, 리그 전체는 15%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즌 중반 이미 염 감독은 “예측은 틀렸다”고 인정했다. SK 타자들은 올 시즌 144경기에서 117개의 홈런을 쳤다. 지난해 기록한 홈런은 무려 233개였다. 50%가량 줄어들었다. 리그 전체 홈런 숫자는 1일 최종 2경기를 제외한 718게임에서 1014개가 기록됐다. 지난해 720경기에서 나온 홈런은 1756개였다. 단 한 시즌 만에 무려 740여개가 줄어든 셈이다.

타자들의 장타율은 지난해 0.450에서 0.385로 급감했다. OPS는 0.803에서 0.722로 떨어졌다. 지난해 리그에서 3할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무려 34명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18명으로 줄어들었다. 리그 평균 타율은 0.286에서 0.267로 낮아졌다.

반대로 투수들의 기록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리그 평균자책점(ERA)은 5.17에서 4.17로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ERA 3.99 이하 투수는 단 6명뿐이었다. 3점대 ERA면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로 꼽힐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3.99 이하 ERA투수는 무려 18명이다.

타고투저의 마침표는 선수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바꿨다. 홈런 타자들의 가치는 급감했다. 이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홈런이 크게 줄어들며 흥행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등 인기구단의 부진이 더 큰 배경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는 더 장기적인 분석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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