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꼴찌’ 롯데, 너무 많은 걸 잃은 2019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25일 05시 30분


15년 만의 꼴찌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몰락은 ‘인재’의 성격이 짙다. 준비도 부족했고, 시즌 내내 외풍도 거셌다. 등 돌린 민심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꼴데’로 전락한 롯데가 직면한 최대 과제다. 스포츠동아DB
15년 만의 꼴찌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몰락은 ‘인재’의 성격이 짙다. 준비도 부족했고, 시즌 내내 외풍도 거셌다. 등 돌린 민심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꼴데’로 전락한 롯데가 직면한 최대 과제다. 스포츠동아DB
최근 10년여 동안 롯데 자이언츠는 ‘꼴데’라는 조롱과 달리 최하위에 익숙하지 않은 팀이었다. 매년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어도 꼴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15년 만에 최하위로 떨어진 2019년은 롯데에 ‘원년팀 최초의 10위’라는 불명예 속에 많은 것을 앗아갔다.

롯데는 23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서 1-6으로 져 48승3무88패(승률 0.353)로 남은 5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최하위를 확정지었다. 롯데의 최하위 추락은 2004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롯데는 2001년부터 4연속시즌 꼴찌에 머물렀는데, 이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불명예 기록이다. 이후 롯데는 14년 중 6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5년 KT 위즈의 합류로 10개 구단 체제가 확립된 이래 최하위 자리는 KT와 NC 다이노스 등 막내 구단들의 전유물이었다. 이제 원년팀들 중에선 롯데가 첫 10위의 불명예를 썼다.

명분뿐 아니라 실리도 많이 잃었다. 우선 롯데의 상징과도 같은 인적자원에 많은 생채기가 났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양상문 감독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심정으로 고향팀에 돌아왔다. 취임 직후부터 측근들에게 입버릇처럼 “마지막 팀이라는 각오”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양 감독이 뭔가를 제대로 해보기도 어려운 환경의 연속이었다. 2018시즌을 앞두고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나며 최대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포수 자원을 메우려는 시도 또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양의지(NC 다이노스)라는 FA 최대어가 있었음에도 롯데의 수확은 없었다. 결국 양 감독은 포수 육성 부분에 대한 과녁을 자처할 수밖에 없었다.

구단 고위층의 개입으로 양 감독 체제가 반 시즌 만에 종료됐음에도 대안은 준비되지 않았다. 공필성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자격으로 후반기를 이끌었지만 역시 외풍으로 인해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투영시키지 못했다. 타 구단의 선진적인 ‘프런트 야구’와 다른 개입이 불러온 결과다.

생채기를 입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롯데의 간판 이대호는 팀 성적 부진의 모든 책임을 지기라도 하듯 2군으로 떠밀려 내려갔다. 이대호의 2군행은 차치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현장 밖의 입김이 더해진 자체가 문제였다. 부적절한 월권은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 모두를 죽였다.

자연히 팬들은 실망했다. 롯데의 최하위가 확정된 23일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은 1762명에 지나지 않았다. 자동으로 집계되는 시즌권 보유자를 제외하면 실제 관중은 이보다 훨씬 적다. ‘구도부산’의 열광적 팬들은 지금 롯데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는 과거와 같은 비판의 목소리도 덜하다. 구단 운영의 주체로선 뼈아픈, 비판보다 위험한 무관심의 상태가 시작된 것이다. 당장 내년 시즌 성적을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팬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여러모로 아픔만 가득한 롯데의 2019년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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