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그늘’ 지웠다, 엉덩이 가벼운 안방마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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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첫 풀타임서 린드블럼과 20승 합작, 두산 박세혁

좋은 포수 없이 좋은 투수는 나오기 어렵다. 프로야구 두산 포수 박세혁이 없었다면 린드블럼의 올 시즌 활약도 지금처럼 대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부진했던 타격감까지 회복한 박세혁은 ‘양의지 대신’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지우고 ‘두산의 안방마님’ 자리를 다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좋은 포수 없이 좋은 투수는 나오기 어렵다. 프로야구 두산 포수 박세혁이 없었다면 린드블럼의 올 시즌 활약도 지금처럼 대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부진했던 타격감까지 회복한 박세혁은 ‘양의지 대신’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지우고 ‘두산의 안방마님’ 자리를 다지고 있다. 동아일보DB
두산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32)은 25일 시즌 20승이 확정된 뒤 더그아웃에서 포수 박세혁(29)과 뜨겁게 포옹했다. 다승(20승 1패), 평균자책점(2.04), 탈삼진(161개) 등 개인 타이틀 선두를 휩쓸고 있는 린드블럼은 이번 시즌 등판한 25경기 모두 박세혁과 호흡을 맞췄다. 린드블럼의 20승을 축하하며 박세혁은 그와 함께 넘었던 숱한 고비를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떠올렸다.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세혁은 “주전 포수 첫 시즌에 20승이라는 대기록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기록 아닌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린드블럼은 박세혁을 “제2의 투수 코치”라고 부를 만큼 그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이에 대해 박세혁은 “내가 오히려 린드블럼에게 배우는 게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린드블럼은 KBO리그에서만 5시즌째 1선발로 뛰고 있는 선수다. 처음 주전을 맡은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린드블럼과 사용했던 볼 배합을 다른 투수 공을 받을 때 응용하면 좋은 결과가 많이 나온다”고 고마워했다.

두산 팬들은 린드블럼과 박세혁 배터리를 두고 과거 호흡을 맞춘 양의지(현 NC)와 더스틴 니퍼트(은퇴)의 우정을 떠올린다. 두산에서 7시즌 동안 니퍼트의 공을 받았던 양의지는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니퍼트의 은퇴를 아쉬워하며 눈물을 쏟았다. 박세혁은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린드블럼과 어려운 상황들을 이겨내면서 승리를 따냈던 순간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는 박세혁에게 여러모로 부담이 큰 시즌이다. 지난해까지 주전 양의지의 백업으로 나섰던 박세혁은 올해 풀타임 주전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급격히 늘어난 출전 시간 때문에 체력 부담도 컸다. 6, 7월은 체력 저하에 슬럼프가 겹치면서 두 달간 타율이 0.172까지 곤두박질쳤다. 박세혁은 “그때는 나 스스로를 자꾸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너무 잘하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도 못 할 때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박세혁을 원래 페이스로 돌려놓은 것은 ‘순리대로 하자’는 다짐이었다. 그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내가 할 일이 있다. 욕심내지 않고 내 역할이 뭔지를 고민하니 자연스레 고비가 지나갔다”고 말했다. 어느새 타격이 살아난 박세혁은 8월 타율이 0.349까지 치솟았다. 0.257까지 내려갔던 시즌 타율은 0.275까지 올라왔다.

‘발 빠른 포수’로 알려진 박세혁은 28일 현재 3루타 9개로 포수로는 한 시즌 최다 3루타 기록을 갖고 있다. 28일 SK전에서 박세혁은 팀이 1-2로 밀린 6회 적시 3루타로 2-2 동점을 만든 뒤 후속 타자 허경민의 안타 때 홈을 밟아 3-2 역전의 주역이 됐다. 두산은 이날 4-2로 이겼다. 포지션 특성상 기동력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박세혁은 매일 단거리 러닝 훈련을 하며 주력을 유지하고 있다. 도루도 7개로 전체 포수 중 가장 많다. 박세혁은 “나는 뛰어야 몸이 풀리는 편이다. 러닝 훈련이 루틴이 돼서 매일 빠뜨리지 않고 한다. 발이 빨라야 수비 때도 좀 더 빠르게 반응하고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SK에 무릎 꿇었던 두산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설욕을 노린다. 박세혁은 “단기전에서의 내 역할은 상대 타자들을 최대한 많이 연구하고 그에 맞는 볼 배합을 고민하는 일이다. 정규 시즌 데이터를 토대로 공부를 많이 하려고 한다”며 눈을 빛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두산 베어스#조쉬 린드블럼#박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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