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대호와 여덟 난쟁이? 롯데, 반등 위해 필요한 ‘평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29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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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롯데 이대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다시 이대호(37·롯데 자이언츠)와 여덟 난쟁이 시절로 회귀하는가.

이대호는 ‘8888577’로 대변되는 롯데 암흑기(2001~2007년)의 희망이었다. 2006년 생애 첫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에 오르며 타선을 이끌었지만 선후배들은 그의 짐을 덜지 못했다. 이대호와 여덟 난쟁이라는 씁쓸한 비판까지 나왔다.

암흑기에서 벗어난 건 강민호, 손아섭, 전준우 등 롯데의 육성 성공작에 홍성흔, 황재균 등 외부 자원이 조화를 이룬 덕분이었다. 이대호는 짐을 어느 정도 벗었다. 이대호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일본과 미국 무대를 누볐지만 롯데 타선은 경쟁력이 있었다.

올해는 다르다. 롯데는 28일까지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에서 19승35패(승률 0.352)로 최하위다. 투수진 붕괴와 안방 불안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집단 슬럼프에 빠진 타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롯데의 팀 타율은 6위(0.265), 득점은 4위(262점)다. 그러나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하는 타선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은 최하위(4.62)다. 안타와 득점을 효율적으로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대호는 고군분투 중이다. 타율 0.335(4위), 9홈런(공동 4위), 54타점(1위) 등 대부분 타격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WAR은 1.99로 롯데 전체 야수가 합작한 4.62의 43%가 그의 몫이다.

WAR은 포지션, 수비력을 반영한 지표다. 타선에서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비 요소를 배제한 공격WAR을 살펴봐야 한다. 롯데의 올 시즌 공격WAR은 6.19인데 이대호가 2.38로 전체 38.4%를 담당했다.

‘세이버메트릭스’ 요소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이대호의 외로움을 확인할 수 있다. 이대호는 타점 선두에 올라있지만, 득점권 타석은 71타석(공동 9위)에 불과하다. 그의 앞에 쌓였던 주자는 150명(공동 5위)이다. 1위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176명)보다 26명이 적다. 타점 경쟁자들 가운데 밥상은 제일 적었지만 편식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타점 선두를 달리는 게 이대호의 힘이다.

전준우가 시즌 초 슬럼프에서 벗어나 53경기 타율 0.292, 9홈런, 31타점으로 버티지만 손아섭과 외인 타자 카를로스 아수아헤는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성적을 보장하는 민병헌의 6주 부상 이탈도 뼈아팠다. 손아섭과 민병헌은 ‘애버리지’가 있는 타자다. 이들의 평균 회귀는 이대호의 짐을 덜어줄 천군만마다.

이대호는 2017시즌에 앞서 롯데에 복귀한 뒤 줄곧 “언제까지고 내가 주인공일 수 없다”며 후배들의 분발을 촉구했지만 그 바람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대호 혼자 짐을 짊어져서는 롯데의 탈꼴찌도, 반등도 없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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