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형제’ 태권도 김훈·KT 김민, “2020올림픽 동반 메달 꿈꿔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29일 05시 30분


“브라더∼ 동반 메달 가자!” 태권도 김훈(오른쪽)과 프로야구 김민은 한국을 대표할 만한 스포츠 인재들이다. 형제는 각기 다른 종목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동반 메달을 노리고 있다. 최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태권도복과 야구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한 김훈-김민 형제.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브라더∼ 동반 메달 가자!” 태권도 김훈(오른쪽)과 프로야구 김민은 한국을 대표할 만한 스포츠 인재들이다. 형제는 각기 다른 종목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동반 메달을 노리고 있다. 최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태권도복과 야구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한 김훈-김민 형제.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스포츠 선수가 자신의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에 비견될 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이토록 힘든 일을 친형제가 해낸다면?

태권도 김훈(27·삼성에스원)과 프로야구 김민(20·KT 위즈)은 그 꿈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훈은 2013푸에블라세계선수권 은메달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김민은 KT의 1차지명을 받아 지난해 프로에 데뷔했고, 올해 선발진의 한 축을 맡으며 잠재력 있는 유망주에서 확실한 미래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형제 올림픽 동반 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성실히 나아가고 있다.

● 운동신경 타고난 동생, 자상한 형

-형제가 각자의 종목에서 이름을 알리기는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남달랐을 것 같은데?

김훈(이하 훈): “사실 민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단단히 삐쳤다. 부모님 사랑을 독차지하던 외동아들에서 졸지에 형이 된 것이라 어린 마음에 심통이 좀 났다. 민이가 심부름을 도맡아하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도 풀렸다(웃음).”

김민(이하 민):
“초등학생 때 형의 태권도장을 따라가던 기억이 난다. 시범단으로 활동하던 형은 정말 멋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함께 토스트를 먹으며 집에 가던 모습은 여전히 선명하다.”

-남자 형제끼리는 종종 치고 박고 싸우는데…, 운동선수 형제끼리 싸운다면 살벌했을 것 같다.

민: “태권도 국가대표에게 어떻게 까불겠나(웃음). 그저 일방적이었던 것 같다.”

훈: “민이가 야구를 하던 중에 유도를 배운 적이 있다. 나름 소질이 있었는데, 어느 날은 한 번 겨뤄보자고 하더라(웃음). 민이는 초등학생, 난 고등학생이었다. 참 귀여워보였다. 민이는 태권도를 2년 이상 하면서 2품까지 땄었다. 소질이 있었다. 하지만 공으로 하는 건 야구 빼고 내가 다 나았다.”

김훈(뒤쪽)-김민 형제.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훈(뒤쪽)-김민 형제.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2020도쿄 올림픽, 영글어가는 동반 메달 꿈

-최근 동생의 선발등판 경기마다 형이 직접 현장을 찾아 응원하는 모습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훈: “6월부터는 정말 바쁘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시즌1을 시작으로 6월말 호주오픈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대회가 이어진다. 응원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하자는 생각이다. 지금도 쟁쟁한 국가대표 선수들과 맞대결하는 민이 모습은 새롭고 멋지다.”

민: “형은 예전부터 나를 많이 챙겨줬다. 지난해 초 2군에 있을 때는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의 심리 선생님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전해줬다.”

-아들 둘을 운동선수로 키운 부모님이 정말 고생하셨을 것 같다.

훈: “민이가 프로에 입단하면서 가족 넷이 다같이 모이기 정말 어려워졌다. 지난해 군산 여행을 갔을 때 너무 행복했다.”

민: “본가가 경기도 양평인데, 내가 수원 유신고 입학했을 때 어머님과 함께 자취했다. 그때 키가 훌쩍 크면서 구속도 올라 성적이 좋아졌다. 어머님께 감사드리는 부분이다. 그리고 당시 자취방을 형이 지원해줬다. 중·고등학교 때 야구 회비도 형이 전부 내줬다. 가족들에게 받은 게 정말 많다.”

-아직 남은 선수 생활이 길다. 각자의 목표가 있다면?

훈:
“개인적인 목표보다 둘이 같은 대회에 나가는 게 목표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큰 대회에 나가 나란히 메달을 따고 싶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가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민이가 너무 잘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다.”

민: “올림픽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하지만 형과 함께 대회에 나가보고 싶긴 하다. 내가 고등학생 때 함께 전국체전에 나가 형이 금메달, 내가 동메달을 딴 적이 있다. 메달 인증샷을 다시 찍어보고 싶다.”

-서로에게 한마디씩 남긴다면?

훈: “야구는 민이가 훨씬 더 잘 안다. 해줄 말이 없다. 다만 부모님께 조금만 더 살가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민: “야구장 그만 오고 더 바쁘게 살았으면 좋겠다(웃음). 형은 관중석에서 응원할 때보다 태권도할 때가 훨씬 멋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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