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아’ 이대성과 ‘만수’ 유재학 감독의 만남, 6년 만에 이룬 최고의 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4월 22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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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감독(오른쪽)이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한 이대성(왼쪽)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유재학 감독(오른쪽)이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한 이대성(왼쪽)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울산 현대모비스의 가드 이대성(29)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일단 걸어온 길 자체가 남다르다. 그는 중앙대 3학년 때 농구부를 나와 미국(브리검영대 하와이 분교)으로 향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였다.

이대성의 꿈은 최고의 가드가 되는 것이었다. 삼일상고 시절 190㎝의 신장으로 센터를 맡았을 때에도 개인훈련 시간에는 드리블을 치면서 가드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한국 농구 지도자들은 이런 이대성을 ‘이단아’로 취급했다.

2013년 KBL드래프트에 참가했을 때에도 이대성을 알아주는 이는 없었다. 현대모비스의 유재학 감독(56)이 전체 11순위(2라운드1순위)로 이대성을 선발했다. 애초부터 염두한 선택이다. 오히려 앞 순번에서 다른 팀에 뽑혀나가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유 감독의 눈에 이대성은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드래프트 후 현대모비스의 팀 훈련에 이대성이 합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 감독은 “이대성은 한국 농구 최고의 선수가 될 자질이 있다. 특히 수비력은 이미 최고 수준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간 국내지도자들에게 이단아 취급을 받았던 이대성에게 고교시절 이후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이는 유 감독이 처음이었다.

유 감독은 평소 경기, 훈련 이외에는 선수들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편이다. 이대성에게는 달랐다. 2014년 팀 회식 때에는 꼭 이대성의 손을 잡고 “너는 최고의 가드가 될 거다. 그리고 나는 네가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너도 나 믿지?”라고 말했다. 이대성은 “감독님이 그런 말을 하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감동이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이대성의 남다른 노력 때문이다. 유 감독은 “(이)대성이는 신체조건도 좋고 가능성이 있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노력이다. 농구에 미쳐 있는 친구다. 내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이대성만큼 노력하는 선수를 본적이 없다. 노력도 재능이다.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신뢰를 나타냈다.

이대성은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MVP에 등극하면서 리그 최고선수 반열에 올라섰다. 유 감독과 이대성이 만난 지 6년 만에 이뤄진 성과다.

이대성은 “감독님은 늘 나를 믿어주셨다. 내가 그에 미치지 못해 아쉽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더 믿고 따를 것이다. 감사한 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인터뷰에서 자유이용권 언급을 하고 자유투 내기를 했을 때 그 부분까지도 잘 받아주셨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 감독은 “내가 평소에 말수도 적도 무뚝뚝한 편인데 대성이랑 자유투 내기를 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주위에서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달라진 것 맞다. 감독을 달라지게 하는 선수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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