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가 그러드나?”… 짓궂은 경상도 사나이 최용수의 속정

  • 뉴스1
  • 입력 2019년 4월 5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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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아들 신재원이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에서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FC서울 제공) © 뉴스1
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아들 신재원이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에서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FC서울 제공) © 뉴스1
부산 출신의 최용수 감독은, 겉으로 볼 때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다. 공적인 무대에서는 그래도 표준말(?)에 가까우나 사적인 자리에서는 사투리 억양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특히 보다 가까운 사람들과 있을 시에는 무뚝뚝한 ‘상남자’ 포스가 넘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서울 남자 같은 부드러움도 함께 한다. FC서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감독님처럼 ‘밀당’을 잘하는 분도 드물 것”이라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크게 흔들렸던 FC서울이 2019년 들어 다시 중심을 잡고 있는 배경에 최용수 감독의 묘한 선수 장악력이 있다.

고참 선수를 대할 때는 고참 선수를 다루는 노하우가 있고, 신인들은 신인처럼 다루는 기술이 있다. 어찌보면 껄끄러울, 축구계 선배이자 가까운 사이인 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아들 신재원을 신인 선수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고수했다. 겉에서 볼 때는 매몰차게 쏘아 붙이는 것 싶었으나 그 속에 잔정을 녹였다.

오는 6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남FC를 상대로 ‘하나원큐 K리그1 2019’ 6라운드 홈경기를 갖는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 경기를 이틀 앞둔 지난 4일 오후 훈련장이 위치한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개막 후 4라운드까지 3승1무 무패행진을 달리다 지난 2일 울산 원정에서 1-2로 패배, 첫 쓴잔을 마셨던 최 감독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이 들겠지만, 이런 상황을 피해가서도 안 되고 남 탓을 해서도 안 된다. 이런 것을 헤쳐 나가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전한 뒤 “선수들에게 본모습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우린 여전히 미완성이고 주워 담아야할 것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감독의 표현처럼 아직 서울은 완성된 궤도에 오르지 못한 팀이기에, 자칫 연패에 빠진다면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을 수 있다. 때문에 경남전은 더더욱 결과를 챙겨야한다. 그 중요한 무대에 최용수 감독은 신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상자가 흥미롭게도 신태용 감독의 아들로, 올 시즌 자유선발로 영입한 신예 신재원이다.

기자회견에 신재원을 대동한 최 감독은 “아직 100% 출전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아직 시즌 초반이고, 보다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을 전했다.

이제 막 프로에 입문, 아직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신재원 입장에서는 감독과 함께 하는 기자회견이 편할 리 없었다. 말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최용수 감독에 대한 인상과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신재원이 대뜸 “처음에는 주변에서 (최용수 감독 밑에 있는게)많이 힘들 거란 이야기들 들었다”고 답했다. 눈이 동그래진 최용수 감독은 특유의 짓궂음으로 “느그 아부지가 그러드나?”라고 농을 쳤다.

화들짝 놀란 신재원은 “지도할 때는 다르다고 해서 긴장되고 그랬는데, 막상 팀에 들어와서 (최용수 감독님을)경험해보니 많이 보듬어주신다. 선수들이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시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좋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속 내용을 덧붙였다. 최용수 감독 역시 긴장한 신인을 배려했다.

그는 “성격이 아버지와는 딴판이다. 훈련 태도도 좋고 배우려고 하는 자세도 좋다. 발전하는 과정을 즐기는 친구인 것 같다”고 말한 뒤 “경기에 나서게 된다면, 훈련 때 준비한대로만 발휘할 수 있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이어 “신재원은 차두리를 연상시키는 힘과 피지컬이 돋보인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고 박수를 보낸 뒤 “3년 뒤, 더 좋은 선수를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새내기에게 묵직한 힘을 실어줬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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