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도자라는 책임감 컸다”…트로피 거머쥔 박미희 감독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27일 2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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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독 최초의 V-리그 챔프전 우승으로 유리천장을 보기좋게 깬 박미희 감독은 ‘여성 지도자’라는 책임감 하나로 버티고 또 버텼다. 인내의 결과는 달콤했다.

흥국생명은 2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18-25 25-23 31-29 25-22) 승리를 거뒀다. 안방 1,2차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한 흥국생명은 원정 2연전을 모두 쓸어담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난해 최하위의 유쾌한 반란에 마침표가 찍힌 순간이었다.

안정적이었던 해설위원직을 내던지고 2014년 5월 흥국생명의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팀을 12년 만에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꽃피웠다.

박 감독은 우승이 확정되자 함께 고생한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 감독은 “안 울려고 했는데 지난해 힘들었던 생각들이 많이 났다”면서 “중요한 경기 때마다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 보여줬던 선수들의 모습을 많이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여성 지도자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과 무수히 싸웠다. “2년 전 정규리그 우승을 한 뒤 ‘그녀가 가는 길은 역사가 된다’라는 좋은 기사가 있었다. 상당히 힘들었을 때도, ‘현장에 계속 있어야 하나’라는 순간도 있었는데 작년과 같은 성적으로 떠나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가 큰 사람은 아니지만, 여성 감독으로서의 책임감이 컸던 것 같다. 다시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보탰다.

박 감독은 또 “사실 내 어깨가 무거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누군가 하게 된다면 내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내게 기회가 주어졌으니 할 것은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차전 승리 후 2차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을 때는 “분위기가 한국도로공사쪽으로 넘어갔다”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아시파디피 그녀들은 세다. 정말 세다”면서 한국도로공사의 추켜세운 박 감독은 “도로공사가 플레이오프에서 힘을 빼고 왔다. 그것이 정규리그 우승을 하려는 이유”라고 미소를 지었다.

4차전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박 감독은 내심 5차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김천에 내려올 때 인천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여기서 1승1패를 하고 인천에서 다시 해보자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만장일치 MVP를 차지한 이재영을 두고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사실 재영이에 대한 칭찬은 인색한 편이다. 재영이에게 잘못하는 것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마음 속으로는 많이 칭찬해주고 싶지만 절제하는 편”이라면서 “그래도 오늘은 칭찬을 해주려고 한다”고 활짝 웃었다.

박 감독은 시즌 중 주로 숙소 생활을 한다. 부임 첫 해 새벽 6시에 출근해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스케줄을 반복하다가 몸에 무리를 느끼고 숙소에 머물고 있다.

박 감독은 “집에 많이 못 갔는데 그러다보니 가족들이 각자 위치에서 할일을 한다. 누구는 청소, 누구는 빨래를 하는 식이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당분간 경기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가장 좋다는 말과 달리 박 감독은 벌써 다가올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박 감독은 “그만 둘 때까지는 새로운 목표가 생길 것”이라면서

【김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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