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야구대축제에서 ‘13명의 기적’ 쓴 대동중학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2월 2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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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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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투지로 싸우며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너무도 용감하고 자랑스럽다.”

11월 30일 부산 대동중 야구부 김상재 감독은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지금까지 참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았지만 현재가 가장 힘들다”면서도 “서로 위로하며 끌어주면서 힘을 합쳐 이길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응원을 당부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평생의 추억이 될 순간을 이끌어내기 위해 긴장된 표정으로 덕아웃을 지켰다. 긴장감은 이내 승리를 안겨줬다.

대동중은 이날 2018 기장국제야구대축제 엘리트 중등부 결승에서 경남 양산 원동중을 6-3으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들의 우승은 이번 축제 엘리트부 참가팀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됐다. 단 13명의 선수로 일군 값진 성과였기 때문이다.

대동중은 부산 사하구에 자리한 학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정우람(한화 이글스), 장원준(두산 베어스) 등 프로야구 스타들을 배출한 전교생 400여명의 명문 사립중학교다. 하지만 현재 야구부원은 13명에 불과하다. 졸업을 앞둔 3학년생을 제외하고 2학년생 9명, 1학년생 4명이 전부다. 사하구의 초등학교 야구부가 단 한 곳에 불과해 선수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대동중은 이번 대회에서 예선 4승1패의 성적으로 2조 1위를 차지했다. 6강에서 선수 33명의 상인천중에 8-5로 역전승했고, 23명의 선수로 구성된 부산 대신중을 준결승전에서 13-4로 대파했다. 우승과 함께 주시윤이 최우수선수상을, 김태윤이 탈삼진 1위상을 거머쥐었다. “불굴의 투지로 싸우고 있다”는 김 감독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결승에 앞서 김 감독은 “그저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패하더라도 추억이 될 만한 경기를 펼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최정욱 이사장과 강진복 교감 등 학교의 지원에 감사하다”면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헤쳐 나온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학부모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승도 없었다”며 활짝 웃었다. 주장으로 나선 2학년생 장성현은 “선수가 부족해 힘들었지만 아직은 견딜 만하다”면서 “첫 우승이어서 더 기쁘다”며 목에 건 메달을 들어 보였다.

기장|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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