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긴장한 근육 풀고 마음 풀고… KLPGA의 ‘힐링 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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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장마다 등장 ‘트레이닝 밴’

[1]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처음 등장한 트레이닝 밴인 ‘애슬리트 퍼포먼스 밴(APV)’은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한쪽 면이 테라스로 변신해 선수들이 차 한잔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된다. [2]밴 내부 공간에서는 스트레칭, 마사지뿐 아니라 간단한 컨디셔닝 트레이닝도 가능하다. 한쪽에는 통증 완화와 근육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되는 냉동캡슐까지 설치돼 있다. [3]냉동캡슐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민선. [4]밸런스와 자세를 잡아 주는 공간도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GPL 제공
[1]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처음 등장한 트레이닝 밴인 ‘애슬리트 퍼포먼스 밴(APV)’은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한쪽 면이 테라스로 변신해 선수들이 차 한잔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된다. [2]밴 내부 공간에서는 스트레칭, 마사지뿐 아니라 간단한 컨디셔닝 트레이닝도 가능하다. 한쪽에는 통증 완화와 근육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되는 냉동캡슐까지 설치돼 있다. [3]냉동캡슐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민선. [4]밸런스와 자세를 잡아 주는 공간도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GPL 제공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30개 가까운 대회마다 각 용품사의 투어 밴들은 대회 기간 빠지지 않고 주차장 한쪽을 차지했다. 10t 안팎의 육중한 투어 밴들은 소속 선수의 클럽이나 장비를 손보느라 분주했다. 그런데 한 투어 밴은 장비가 아닌 선수들의 몸을 관리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힐링 밴(Healing Van)’ 또는 ‘트레이닝 밴(Training Van)’으로 불리는 ‘애슬리트 퍼포먼스 밴(Athlete Performance Van·APV)’이었다.

외관은 보통 투어 밴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런데 내부로 들어가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바닥엔 마사지 때 사용하는 간이침대와 몸을 풀 수 있는 매트가 놓여 있다. 천장과 벽 곳곳에는 트레이닝을 위한 각종 설비를 볼 수 있다. 한편에는 통증 완화와 근육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되는 냉동캡슐까지 설치돼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밴의 한쪽 면이 테라스로 변신해 선수들이 차 한잔하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된다. 올해 KLPGA투어에 처음 등장한 이 트레이닝 밴을 운영하는 사람은 함상규 골프 퍼포먼스 랩(GPL) 대표(38)다.

○ PGA투어 트레이닝 밴에서 착안

함 대표는 프로야구 두산과 야구대표팀 등에서 활동한 전문 트레이너다. 2012년 대표팀 물리치료사로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뒤 그해 말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16년 초 미국 팜스프링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를 방문했다가 인상적인 장면을 보게 됐다. 엄청난 몸값의 PGA투어 프로 선수들이 주차장 한쪽의 대형 트레이닝 밴을 애용했던 것이다. 함 대표는 “프로 선수들은 1년 내내 몸을 혹사한다. 정식 라운딩은 나흘이지만 프로암대회와 공식 연습 일에도 공을 쳐야 한다. 더구나 골프는 성적 스트레스도 심하다. 몸을 관리하면서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때마침 한 용품업체가 투어 밴을 교체하면서 기존에 쓰던 투어 밴을 싼 가격에 내놨다. 그는 트레이닝을 할 수 있도록 내부를 수리한 뒤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KLPGA투어 대회를 따라 다녔다.

농구대표팀 트레이너를 지낸 오정대 코치, 탁구대표팀 트레이너 출신 이기훈 코치가 합류해 선수들의 컨디셔닝을 함께 담당했다. 함 대표는 “프로 팀에서 트레이너 룸은 특별한 장소다. 부상을 치료하고, 마사지를 받기도 하지만 선수들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소이기도 하다. 멘털 스포츠인 골프에서는 이런 부분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선수들은 엄지 척∼

올해 2승을 거둔 오지현을 비롯해 이승현, 김자영, 김민선 등 필드 스타들이 APV의 고객들이다. 일본 투어에 진출한 김하늘과 배희경 등도 국내 대회에 출전할 때는 APV를 이용한다. 공간이 협소해 한 대회마다 15명 내외의 선수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용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시즌권은 1000만 원대 중반, 한 대회만 이용하려 해도 100만 원가량이 든다. 그렇지만 선수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오지현은 “우승한 두 대회 때 사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특히 제주 삼다수 대회 때 손목 부상으로 힘들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프로 선수는 라운드마다 6, 7시간을 걸어야 한다. 골프를 잊고 휴식을 취해야 할 때 효과적이다”고 했다. 김자영도 “9년 동안 투어를 뛰었다. 부상 없이 롱런하려면 컨디셔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lpga#골프#트레이닝 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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