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시속 18㎞의 기적’ SK 김택형의 수술 트라우마 극복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1월 1일 05시 30분


넥센 히어로즈 소속이던 김택형은 지난해 5월 팔꿈치 수술 재활 과정에서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됐다. SK 이적은 그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사진은 지난 28일 친정팀 넥센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투구 중인 김택형. 스포츠동아DB
넥센 히어로즈 소속이던 김택형은 지난해 5월 팔꿈치 수술 재활 과정에서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됐다. SK 이적은 그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사진은 지난 28일 친정팀 넥센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투구 중인 김택형.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좌투수 김택형(22)은 팔꿈치 수술 후 재활 과정에서 둥지를 옮긴, 다소 특이한 케이스다. 2016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고, 2017년 5월 김성민(넥센 히어로즈)과 맞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SK 염경엽 단장은 넥센 감독 시절 꾸준히 지켜보며 특별 관리했던 김택형의 성공을 확신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즉시전력감 좌투수가 필요했던 넥센의 사정과도 맞아떨어졌다.

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김택형은 SK의 필승계투요원이다. 28일 넥센과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에서도 1.2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드러난 성적보다 최고구속 150㎞대 강속구를 던지는 좌투수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김택형이 애초부터 강속구 투수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이 느린 투수에 가까웠다. “처음 입단했을 때(2015시즌) 최고구속이 135㎞였다.” 입단 당시 넥센에서 함께했던 포수 허도환(SK)의 말이다. 그러나 1년 뒤인 2016시즌 그의 직구 최고구속은 153㎞였다. 입단 첫해 정규시즌을 앞두고 천천히 구속을 끌어올리더니 무려 18㎞의 구속 상승을 이끌어낸 것이다. 당시 넥센에 몸담았던 손혁 SK 투수코치는 김택형에게 딱 맞는 메커니즘을 찾아 구속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다 보니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도 “어렵게 끌어올린 구속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털어놓았다. 재활을 시작한 뒤 첫 투구에서 최고구속 141㎞ 가 찍혔을 때, 좌절감이 엄청났다. 이때 손 코치의 한마디가 김택형을 일으켜 세웠다. “네가 배운 게 있으니 하다 보면 다시 올라올 것이다. 걱정 마라.” 심리적 안정을 찾은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었다. 결국 김택형은 올 시즌 1군 복귀전에서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거침없이 던졌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김택형의 회상이다.

김택형에게 손 코치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프로에 와서 처음 만났던 코치님이다. 수술 후 아무 것도 모를 때 SK에서 다시 만났다. 재활 과정에선 입단 후에 거쳤던 과정을 처음부터 하나하나씩 다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귀 후에도 걱정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손 코치에게 “내 느낌이 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걱정 마라. 2018시즌이 끝나면 믿고 잡아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믿음이 끈끈하다.

고향 팀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의지도 강하다. 그는 “고교 시절(인천동산고)부터 문학구장(현 SK행복드림구장)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 보직에 관계없이 내 몫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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