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황의조, 차범근, 최용수…축구인생을 빛낸 해트트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8월 29일 05시 30분


황의조는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2차례나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단일 국제대회에서 남자선수로는 최초다. 27일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황의조의 해트트릭과 페널티킥 유도 덕분에 한국은 연장 접전을 4-3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황의조는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2차례나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단일 국제대회에서 남자선수로는 최초다. 27일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황의조의 해트트릭과 페널티킥 유도 덕분에 한국은 연장 접전을 4-3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1975년 8월 9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메르데카축구대회(8개국이 참가해 풀리그로 1·2위를 가린 뒤 결승전을 벌이는 방식). 한국의 5차전 상대는 숙적 일본이었다. 한국은 4연승, 일본은 2승2패를 기록한 가운데 양보할 수 없는 한판승부가 펼쳐졌다. 결과는 한국의 3-1 승리, 히어로는 차범근이었다. 전반 4분 선제골과 1-1에서 터진 프리킥 골, 그리고 후반 2분 하프라인에서 질풍처럼 몰고 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강력한 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흔든 마무리 골까지, 차범근은 일본 수비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한국축구 사상 일본전 첫 해트트릭이었다.

차범근이 해트트릭으로 다시 한번 화제가 된 건 1년 뒤다.

1976년 9월 11일 열린 박대통령컵대회 첫 날, 차범근이 속한 화랑은 말레이시아와 상대했다.

한국은 화랑(1진)과 충무(2진), 두 팀이 출전했다. 화랑은 경기 종료 7분을 남기고 1-4로 뒤졌다. 이런 벼랑 끝 상황에서 팀을 구해낸 선수는 차범근이었다. 볼을 잡으면 곧바로 상대 골문으로 향하면서 3번의 슈팅으로 3골을 뽑아냈다. 기적 같은 무승부였다. 당시 한국축구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형국이었다. 1975년 아시안컵 지역예선 탈락, 몬트리올올림픽 아시아예선 탈락, 사상 첫 남북 청소년축구 패배 등으로 힘든 상황에서 한국축구사에 가장 빛나는 해트트릭이 나온 것이다.

차범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차범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1979년 6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기전. 이날의 슈퍼스타는 수비수 박성화였다. 이날 그의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 화려하게 변신한 그는 무려 3골을 터뜨렸다. 박성화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라이벌전에서 4-1로 이겼다. 당시 한국축구는 차범근과 김재한의 대표팀 은퇴로 공격력이 우려됐다. 그 공백을 박성화가 메웠다. 동래고 시절 공격수로 활약하며 전국고교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르는 등 득점감각이 뛰어났던 그는 고려대에 입학해서는 수비수로 뛰었다. 하지만 가끔씩 공격수로 나와 골을 넣어 화제가 되곤 했다. 골 넣는 수비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박성화의 해트트릭은 당시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는 1976년 12월 킹스컵 싱가포르전과 1984년 10월 아시안컵 북예멘전(4골)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통산 3회로 차범근과 함께 한국축구 최다 해트트릭 기록이다.

# 1980년 9월 24일 아시안컵(카타르) UAE전. 이날 새로운 스트라이커가 탄생했다. 18세의 최순호다. 성인무대에 데뷔한 그는 3골을 몰아넣으며 이름 석자를 널리 알렸다. A매치 6경기 만에 나온 최순호의 대기록에 힘입어 한국은 4-1로 이겼다. 이날 해트트릭은 한국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신고식의 의미도 있었다.

최용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1997년 9월 6일 서울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카자흐스탄전 영웅은 최용수였다. 전반 24분 선제골에 이어 후반 22분, 29분 추가골이 터졌다. 머리로, 발로 상대 골문을 유린하며 원맨쇼를 펼친 그는 잠실주경기장을 찾은 4만 관중을 즐겁게 했다.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최용수는 우즈베키스탄과 1차전(1골), 카자흐스탄과 2차전(1골), 우즈베키스탄과 2차전(2골) 등에서도 독수리처럼 훨훨 날며 한국축구의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은 와일드카드 황의조(26)를 위한 대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별예선 바레인전에 이어 8강전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도 3골을 기록하는 등 이미 한 대회에서 두 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단일 국제대회에서 두 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남자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황의조가 처음이다. 이런 활약 덕분에 대회 전 시끄러웠던 인맥축구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건 물론이고 벤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되며 스트라이커 경쟁에 불을 지폈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4강전 상대는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이다. 화끈한 골 레이스의 황의조가 대회 3번째 해트트릭으로 한국을 결승으로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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