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을 들썩이는 나종덕의 ‘지금 이 순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30일 05시 30분


올 시즌 롯데 주전포수로 자리매김한 20세 영건 나종덕은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롯데 주전포수로 자리매김한 20세 영건 나종덕은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끝내기 안타도, 역전 그랜드슬램도 아니다. ‘안방 마님’ 나종덕(20·롯데)의 평범한 안타 하나는 거인의 덕아웃을 들썩인다. 모두의 애정을 받고 자라는 나종덕은 ‘지금 이 순간’을 행복으로 기억하고 싶어 한다.

29일 사직 한화-롯데전을 앞둔 사직구장, 롯데 조원우 감독은 덕아웃 앞에서 나종덕에게 직접 공을 토스하며 타격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평소 조 감독은 선수들의 타격 훈련 때면 배팅케이지 뒤에 바짝 붙어 선수들을 지켜보며 한두 마디 던질 뿐이다. 그가 직접 공을 토스해주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이유를 묻자 조 감독은 “타이밍에 대해 말했다. 어떤 생각으로 치는지도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베테랑들도 타격이 잘 안 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다 든다. 막히면 한참 막히게 돼있다. 하물며 젊은 선수들은 어떻겠나”고 덧붙였다. 나종덕은 “시즌 초에 한 차례 감독님의 토스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타이밍이 계속 늦는다고 지적해주셨다. 대기 타석에서부터 상대 투수의 투구 동작을 살피며, 준비 과정의 필요성을 이해하라고 주문하셨다”고 밝혔다.

나종덕은 올 시즌 25경기에 출장해 타율 0.061(49타수 3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240을 기록했다. 보통의 타율보다도 낮은 OPS. 하지만 롯데는 팀 사정상 나종덕을 주전 포수로 줄곧 기용하고 있다. 조 감독은 “포수 포지션의 타격은 전부 감안했던 부분이다”며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롯데 벤치는 나종덕이 안타나 볼넷을 기록할 때면 들썩인다. ‘캡틴’ 이대호를 비롯한 투·야수 전원이 마치 끝내기 홈런이라도 나온 것처럼 환호한다. 나종덕은 “초반과 달리 지금은 자신감이 조금씩 붙고 있다”며 “선배들의 응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훗날 ‘타석에서 이렇게까지 팀원들의 응원을 받았던 선수가 있었다’고 기억되지 않을까? 앞으로 야구 인생에서도 지금 이 순간의 잔상이 가장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된다면 지금 이 기억이 더 행복해질 것 같다”는 나종덕의 바람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29일 나종덕은 한화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쳐 덕아웃 내에서 그를 위한 세리머니는 펼쳐지지 못했지만, 롯데는 4-3 귀중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안방을 홀로 지킨 나종덕의 힘이 적지 않았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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