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욱의 톡&TalK]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남자농구? 난 아직 멀었다”

  • 스포츠동아

우리은행의 전설은 올해도 이어졌다. 아산 우리은행은 청주 KB스타즈와의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승을 거두며 통합 6연패의 위업을 해냈다. 하지만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어느 때보다 힘든 우승이었다. 나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라며 더 좋은 농구를 다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우리은행의 전설은 올해도 이어졌다. 아산 우리은행은 청주 KB스타즈와의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승을 거두며 통합 6연패의 위업을 해냈다. 하지만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어느 때보다 힘든 우승이었다. 나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라며 더 좋은 농구를 다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프로는 승리로 성과를 내는 무대다. 승자만이 살아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여자프로농구(WKBL)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47) 감독은 ‘위대한 생존자’다. 여자프로농구가 단일시즌으로 치러진 2007~2008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오로지 우승만을 경험했다.

2007~2008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는 안산 신한은행 코치로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우리은행 감독으로 자리에 오른 2012~2013시즌부터 이번 2017~2018 시즌까지 팀을 6시즌 연속 통합우승(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즌을 보낸 뒤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시즌을 위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위 감독을 5일 서울에서 만났다.

-우승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처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와이프가 건강이 안 좋았었는데, 다행히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닌다. 최근에는 고등학생(2학년)인 딸의 학원 픽업을 하고 있다.”

-매 시즌 이 시간이 소중할 것 같다.

“가족들한테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데, 딸은 고등학생이라 바빠서 잠깐 데려다주는 것이 전부다.”

-이제는 우승 이후에도 큰 감흥이 없지 않은가?

“감독으로 처음 우승 했을 때는 의미를 두고 좋아해서 그런지 그만큼 허탈함도 크더라. 우승을 하고 자고 일어나면 바로 다음 시즌을 생각해야 하니까. (임)영희가 인터뷰에서 ‘우승 세리머니하고 2시간 정도 지나면 감흥이 잊혀 진다’고 하더라. 그 말이 딱 맞다. 지금은 우승을 해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그만큼 허탈함도 덜하다. 하하.”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지난달 2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 승리로 우승을 확정한 뒤 그물 커팅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지난달 2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 승리로 우승을 확정한 뒤 그물 커팅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 힘들다고 했는데, 결국은 또 우승을 해냈다.

“매 시즌 준비할 때마다 ‘우승이 어렵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는 늘 엄살이라고 하지만 진짜로 그렇다. 올 시즌에는 전력이 약해졌고 예년에 비해 훈련량도 부족해서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진짜 잘해줬다. 특히 영희에게 너무 고맙다. 본인도 체력이 떨어져서 많이 힘들텐데 (김)정은이나 후배들을 챙겨가면서도 제 역할을 했다. 영희는 좋은 선수이자 인성도 좋은 사람이다. 30대 후반이 되서 훈련에서도 좀 빼주려고 하는데, 본인이 알아서 다 참여한다. 코칭스태프 마음을 다 아는 거다. 그래서 더 고맙게 생각한다.”

-코치, 감독을 거치면서 12년째 우승을 하니까 우승 못하면 이상한 느낌이 들 것 같은데.

“나는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얘기했지만 매 시즌 준비하면서 이번엔 힘들겠다고 생각하니까. 올 시즌에도 KB스타즈에게 1위를 빼앗겼을 때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지금도 그렇다.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스트레스는 더 받게 되겠지만 말이다.”

-우승 팀 감독이어서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크지 않은가?

“우승 팀 감독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내 성격이 그렇다. 올 시즌은 ‘박지수를 어떻게 막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는데, 그게 이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않나. 한 시즌에 7번 맞대결을 하는데, 그걸 앞으로 몇 년 동안 해야 한다. 매번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처음 감독이 된 후 1~2년간은 작은 것 하나에도 다 예민했다. 한 가지 문제점이 풀리지 않으면 풀릴 때까지 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쳐 잠이 들면 자다가도 그 생각이 나서 식은 땀 흘리다가 깨서 ‘이걸 어떻게 하지’ 생각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경험이 쌓이고 연차가 쌓이면서 조금씩 판단력이 생기더라. ‘아, 이 문제는 지금 당장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라고 판단하면 바로 접고 다른 것을 준비한다. 그나마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시즌 중간에 부친을 잃는 슬픔도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온 뒤로 아버지와 떨어져 지냈다. 자주 얼굴을 보지 않아서 그런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다만 아버지 연배인 어르신들이 지나가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아버지가 가끔 전화하셔서 병원에 간다고 하시면 돈을 보내드리고는 했는데, 이제 그렇게 마저도 해드릴 수가 없으니 ‘살아 계실 때 바쁘더라도 좀 더 찾아뵙고 잘해드릴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늘 어렵다고는 하지만, 결국 최고에 자리에 올랐고 여자프로농구에서는 ‘명장’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남자프로농구(KBL) 무대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많은데?

“지인들에게 그런 얘기를 듣고는 한다. 나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최근 남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보고 있다. SK의 안영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솔직히 그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잘 몰랐다. 문경은 감독이 정말 잘 활용하고 있더라. 선수를 그만큼 잘 알기 때문에 그렇게 활용할 수 있는 거다.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나는 여자선수들 파악하기도 벅차다. 지도 방식도 남자선수와 여자선수는 완전히 다르지 않나. 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

-오프시즌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일단 23일부터 우승여행을 떠난다. 열흘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하와이를 다녀올 계획이다. 푹 좀 쉬려고 한다. 5월 중순부터 훈련에 들어가려고 한다. 기본 체력운동이랑 스킬트레이닝을 병행하면서 선수들의 기본기를 다질 계획이다.”

● 위성우 감독은?

▲생년월일=1971년 6월 21일
▲출신교=성동초~경남중~부산중앙고~단국대
▲프로경력=SBS(1998~2001년)~오리온(2001~2003년)~현대모비스(2003~2004년)
▲통산기록=프로농구 201경기 평균 3.4점
▲코치 경력=신한은행(2005~2012년), 베이징올림픽대표팀(2008년)
▲감독 경력=우리은행(2012년~현재), FIBA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표팀(2013·2015년), 인천아시안게임대표팀(2014년·금메달),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최종예선대표팀(2016년)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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