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지 않는 마운드, SK 가장 달라진 모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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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두번째 시즌, 개막 3연승 호조 힐만 감독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 사령탑인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27일 문학구장에서 인터뷰 도중 밝게 웃고 있다. 지난해 개막 6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힐만 감독은 2년 차인 올해는 개막 3연승을 거두며 SK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인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 사령탑인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27일 문학구장에서 인터뷰 도중 밝게 웃고 있다. 지난해 개막 6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힐만 감독은 2년 차인 올해는 개막 3연승을 거두며 SK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인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확실히 지난해보다 올해 알아보시는 팬들이 많이 늘었다. 사진 촬영이나 사인 요청을 하시는데 다들 매너가 좋다. 왜인지는 딱히 모르겠는데, 특히 코스트코만 가면 백이면 백 팬을 만난다(웃음).”

27일 KT와의 안방경기에 앞서 문학구장에서 만난 SK 트레이 힐만 감독(55)은 요즘 인천 유명인사가 된 자신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잠실 수원 등은 직접 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한국이 익숙해진 것만큼이나 그의 인지도도 올라갔다. 지난 주말 인천 팬들에게 5년 만에 ‘개막전 승리’를 안기면서 주가는 더 뛰었다. ‘개막 6연패’로 시작했던 지난해와는 정반대 분위기다.

힐만 감독은 “당연히 연패보단 연승이 좋다. 지난 시즌 개막 후 꽤 낙담했다. 첫 승을 위해 7번째 경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 데도 좋을 것 같다. 오만이 아닌 자신감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층 안정된 불펜은 이날 개막 3연승을 거두는 내내 SK 팬들에게 ‘마음 놓고 보는 9회’를 선물했다. “시즌 전부터 많이 안정된 것을 느꼈다. 투수들이 3구 안에 승부하라는 주문을 잘 따랐다. 손혁 투수코치가 ‘나이스 잡’을 했다. 샌디(최상덕 불펜코치의 영어 별명), 투수진과 철학을 잘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가공할 위력을 떨친 홈런 군단의 대포는 여전히 빵빵하다. “한국은 공격력이 승부를 좌우한다. 그래서 SK의 파워풀한 타선은 늘 좋다. 하지만 홈런이 없이도 득점을 더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올해 첫 경기에서 정말 신났던 게 6점 중 홈런 없이 5점을 냈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홈런이 많으면 좋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홈런 싫어하는 팬들은 없다.”

그는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박병호가 (SK 최정을 제치고) 홈런왕을 할 것인가’란 질문에 ‘아니요’라고 손을 든 유일한 감독이다. 팀을 떠나 객관적인 평가였느냐고 묻자 그는 “박병호를 아직 직접 본 적은 없다. KBO에서 50홈런을 쳤다고 듣기는 했는데, 최정도 50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다. 두 선수가 좋은 홈런 레이스를 펼치길 바란다”고 답했다.

지난 시즌 재활로 자리를 비웠던 에이스 김광현의 성공적인 복귀도 팀에 에너지를 더했다. 힐만 감독은 “김광현의 존재 자체가 선수단에 긍정적인 케미를 더해 준다. 사람 됨됨이나 동료로서나 투수로서 모두 훌륭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광현은 이제껏 힐만 감독과 뜻을 같이해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부할 머리를 기르다 ‘복귀전을 마치고 바로 이발을 하겠다’던 공언대로 개막 2연승을 이끈 뒤 머리를 잘랐다.

아직 기부 조건(25cm 이상)을 채우지 못한 힐만 감독으로선 동지(?)를 잃은 셈이다. 홀로 남은 심정을 묻자 힐만 감독은 “괜찮다. 좋은 일을 위해 하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이미 아내보다 머리카락이 길어진 지 오래다. 그는 “아내는 내가 머리 기르는 걸 좋아했다. 물론 이렇게 긴 건 별로라고 하는데, 좋은 일이라 응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주변에 암과 싸우는 가족과 친구들을 여럿 보며 늘 암 환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한국에 와서 내가 가진 ‘감독님’(한국어로 말했는데 발음이 아주 능숙했다)이란 플랫폼을 사람들의 인식을 넓히는 데 쓰고 싶었다. 구단이 워낙 지역사회를 위한 일에 우호적이라 프로젝트로 발전됐다. 앞으로도 아이들을 돕는 일에 긍정적 인식을 더해주고 싶다.”
 
인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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