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재원의 깨달음, “캡틴의 표정은 팀의 분위기다”

SK 이재원.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이재원(31)은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딱 두 마디만 했다. “(2017시즌) 못한 것 인정합니다. 주시는 대로 받겠습니다.”

SK는 이런 이재원에게 연봉 동결(3억5000만원)로 대우했다. 2006년 데뷔 이래 단 한 시즌도 연봉 상승이 안 된 적이 없는 이재원이었다. 게다가 2018시즌을 마치면 첫 프리에이전트(FA)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2017년 최악(타율 0.242 9홈런 42타점)에 가까운 성적에 발목이 잡혔다. 이재원이 지닌 자질을 고려하면, 믿기 힘든 부진이었다.

이재원은 2018시즌을 준비하며 한 가지를 결심했다. “밝은 얼굴을 하자.” 그는 “야구가 안 되다보니 지난해 어둡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 잘 되든 안 되든 일부러라도 밝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팀 분위기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정했을 무렵, 공교롭게도 SK는 이재원에게 주장을 맡겼다. SK 힐만 감독은 3차례의 면담을 거쳐 주장으로 낙점했다. 이재원은 믿어준 힐만 감독에게 “야구 잘하겠다. 그래야 주장의 힘이 생길 것 같다”고 다짐했다.

SK 이재원(오른쪽).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설령 방망이가 잘 안 맞아도 포수 수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선수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생각이다. 과거에는 이런 지적을 받으면 납득을 못했는데, 이제 그런 소리가 들려도 내 탓이라는 성숙함이 생겼다.

SK 새 캡틴 이재원이 내세우는 첫 번째 가치는 ‘소통’이다. 도와주는 선배들이 많아서 지금까지는 쓴 소리 한 번 한 적 없다. 그러나 ‘아니다’ 싶을 땐 할 말은 할 생각이다. 그것이야말로 주장의 책임감이라고 믿는다.

SK는 최근 2년간 가을야구를 했다지만 엄밀히 말하면 ‘가을 냄새’만 맡고 끝났다. 2시즌 연속 5위로 턱걸이한 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경기 만에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기대치가 높은 만큼 최소 플레이오프, 최고 우승을 꿈꾼다. 이재원은 팀이 잘 되면 자신의 가치는 저절로 올라갈 것을 알고 있다. FA 행보에 관해 이재원은 “(어려서부터 쭉) 인천에서 야구를 했는데 어딜 가냐”라고 사람 좋은 웃음으로 SK를 향한 로열티를 표시했다.

오키나와(일본)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