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m 울트라 트레일 하루동안 달린 76세 철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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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씨, 홍콩 대회 최고령 완주… 한라산 성판악~백록담 4번왕복 수준

해가 떨어져 어두워진 숲 속. 의지할 건 머리에 쓴 랜턴 불빛이다. 산길을 오르내릴수록 체력이 점점 떨어진다. 산 아래 화려한 홍콩의 야경이 보인다. 총 22시간5분26초. 지난달 27일 열린 ‘홍콩 100km 울트라 트레일 레이스’에 참가한 박성재 씨(76·부산 수영구·사진)의 기록이다. 박 씨는 오전 8시부터 꼬박 하루를 달리며 완주했다. 대회 최고령 완주자다. 이번 대회에는 60개국의 트레일러닝 선수 1862명이 참가했다. 박 씨의 순위는 901위. 한국인(50명) 중 17위였다.

트레일러닝은 산이나 계곡 들판 사막 정글 등 비포장길을 달리는 아웃도어 스포츠다. 유럽과 북미뿐 아니라 최근 아시아에서도 인기가 많다. 이번 홍콩 레이스는 국제트레일러닝협회(ITRA)가 인증한 울트라트레일월드투어(UTWT) 시리즈의 올해 첫 대회. 홍콩 해안과 8개의 산을 뛰고 걸으며 한계에 도전한다. 30시간 안에 100km를 달려야 한다. 오르막을 전부 합한 누적고도는 약 4500m.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에서 백록담 정상을 4차례 왕복하는 수준이다.

박 씨는 완주 후 대회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화제의 인물로 소개됐다. 박 씨는 “자랑하고 내세울 정도는 아니다. 앞으로 다른 대회에 출전하면서 도전을 계속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이미 국내외 여러 마라톤 및 울트라러닝(42km 이상) 대회에서 최고령 완주기록을 쓴 유명 인사다. 2000년대 초반 허리 통증을 고치려고 산악자전거(MTB)를 타다가 달리기에 빠져들었다. 마라톤 풀코스 100회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종단 537km’도 완주했다.

박 씨는 4월 일본에서 열리는 ‘사쿠라미치 네이처 런 250km’에 도전한다. 제한시간이 36시간으로 최소 시간당 7km를 꾸준히 달려야 하는 극한의 레이스다. 박 씨도 3차례 도전했지만 완주에 실패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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