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애증에서 애정으로…‘삼성화재 전성기 두 주역’ 신진식과 신치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7일 10시 00분


1월 22일 오후 경기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는 눈이 내렸다.

이날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주인공은 프로배구 삼성화재 전성시대를 열었던 신치용 고문과 신진식 감독.

신 감독은 하늘같은 스승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는 게 적잖이 부담스런 표정이었다. 3cm가 작은 신 고문(185cm)의 팔짱을 껴달라는 주문에 무릎을 살짝 굽혔다. 그러자 신 고문은 그런 제자가 밉지 않은 듯 어깨동무까지 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난해 말 단장에서 물러난 신 고문은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는 “신 감독이 표정관리를 잘 하는 등 나름 준비가 된 것 같다”면서도 “한 발 물러서서 후배들의 경기를 TV로 보니 어떤 게 문제인지 잘 보이더라”고 했다. 삼성화재 공격수들은 제몫을 하는 데 수비 등에서 허점이 보였다는 거다.

신 감독도 실책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는 “돌발적인 상황에 선수들의 대처가 미흡했다. 아직 초년병 감독이다 보니 배워야할 게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올 시즌 막판에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욕도 내비쳤다.



26일 현재 V리그 1위는 현대캐피탈. 시즌 후반이어서 2위 삼성화재가 선두를 탈환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넘어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면 뭔가 보여주겠다는 게 신 감독의 구상이다. 신 고문도 “올 시즌 초반 삼성화재가 11연승하던 모습을 되찾으면 챔피언 결정전도 재밌을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사실 신 고문과 신 감독은 애정도 있지만 애증도 있다.

신 고문은 대학 동문(성균관대)으로 신 감독을 1996년 삼성화재로 영입했다. 그 과정에서 신 감독은 현대에 입단하길 원했지만 결국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스타 영입 전쟁이 극심하던 때였다.

신 감독은 2007년 은퇴할 당시 현역생활을 더 하길 바랬다. 하지만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 본인이 느끼기에 아쉬움은 없었을까.

“당시에는 조금 섭섭하고 아쉬움도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호주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고, 홍익대 감독과 삼성화재 코치를 하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할 수 있었으니까요.”

인터뷰 내내 두 사제는 서로를 응원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모든 걸 고려해 꼼꼼히 준비하는 스승의 리더십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신 고문은 “팀의 리더로 무한책임을 지는 게 쉽지 않지만 제자가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덕담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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