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승자…개인능력이냐? 팀 협공이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9일 05시 45분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 경주 전개방식으로 본 역대 그랑프리

10년간 우승, 개인-협공 4:4 비슷한 양상
최근 2년 박용범·정종진 개인전술로 우승

개인능력에 의한 우승이냐, 팀 협공에 의한 우승이냐. 과연 어느 쪽에 더 큰 영향을 받을까. 그랑프리 경륜은 선수들이 펼치는 경주 전개에 따라 우승자가 결정될 확률이 높다. 2006시즌부터 2016시즌까지 그랑프리 우승 결과를 살펴보면 개인능력이 우승에 더 큰 영향을 미쳤던 경우가 4회, 팀 협공에 의한 우승이 4회, 개인능력과 팀 협공의 적절한 조화에 의한 우승이 3회로 나타났다. 31일 그랑프리 경륜 결승경주를 가늠해 보기위해 역대 그랑프리 경륜에서의 경주 전개를 살펴본다.

● 2006년 개인능력 우승(1위 조호성, 2위 김배영, 3위 김영섭)

승률 96%, 연대율 98%, 삼연대율 100%의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둔 조호성의 월등한 기량이 돋보였던 대회였다. 장보규, 홍석한의 협공에 의한 선행 승부를 개인능력에서 우위에 있던 랭킹 4위 김배영이 젖히기로, 랭킹 1위 조호성이 추입승부로 제압했다. 개인능력으로 이변을 허락하지 않는 조호성 선수의 한 해였다.

● 2007년 협공+개인능력(1위 조호성, 2위 김민철, 3위 김영섭)

조호성과 홍석한 선수가 시즌승률 93%로 동률을 기록하며 라이벌을 형성했다. 하지만 홍석한이 그랑프리 결승진출에 실패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조호성은 팔당 라인(방희성, 김영섭)의 선행을 이용하며, 김민철의 막판 추입을 막아내고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 2008년 협공 우승(1위 홍석한, 2위 조호성, 3위 김현경)

2007년에 이어 조호성과 홍석한이 시즌승률 81%로 동률을 이루며 팽팽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다. 그랑프리에서는 홍석한이 지난해 부진을 씻고 설욕에 성공하며 우승했다. 충청권 세력이었던 이홍주의 선행, 김현경의 젖히기, 홍석한의 추입이 빛났던 경주였다. 조호성은 막판 역전을 노렸지만, 충청권의 완벽한 협공에 막혀 우승에 실패했다.

● 2009년 개인능력 우승(1위 이욱동, 2위 박일호, 3위 박병하)

조호성의 은퇴로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했다. 당시 승률 1위 최순영, 2위 홍석한이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변은 계속 이어져 최종 우승 역시 신인이었던 이욱동에게 돌아갔다. 결승진출 멤버 중 선행력을 발휘할 유일한 타깃이었던 박병하의 후미를 이욱동이 마크하다 추입에 성공했다. 다소 위험했지만 박병하의 뒤를 집요하게 노린 전술이 돋보인 승부였다.

● 2010년 협공 우승(1위 송경방, 2위 노태경, 3위 이수원)

대세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시즌이다. 그랑프리 경주에서는 시즌랭킹 3위를 기록한 송경방이 우승했다. 혜성처럼 등장해 강력한 선행을 선보인 이명현과 젖히기 승부가 돋보였던 노태경이 함께 호흡을 맞춰 승리를 이끌어 냈다. 이명현, 노태경, 송경방의 완벽한 협공이 빛났다. 전 시즌 우승자이자 시즌랭킹 1위였던 이욱동은 2009년에도 전술로 나섰으나 3인방의 협공에 막혀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졌다.

● 2011년 협공+개인능력 우승(1위 이명현, 2위 김민철, 3위 김현경)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강자로 우뚝 선 이명현과 전라권의 전성시대였다. 이명현은 팀 선배 김민철을 뒤에 두고 젖히기 승부를 펼치며 우승했다. 개인 능력과 협공의 조화가 이뤄진 경주였다.

● 2012년 협공+개인능력 우승(1위 이명현, 2위 인치환, 3위 송경방)

2년 연속 승률1위에 오른 이명현이 팀 선배 김민철의 탄력을 이용해 한바퀴 자력승부를 펼치며 같은 전라권 선배인 송경방과 동반입상에 성공했다. 2011년의 기세가 이어진 시즌이었다.

● 2013년 협공 우승(1위 박병하, 2위 황순철, 3위 이명현)

박병하가 49%의 승률로 시즌 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절대강자가 없는 시즌이었다. 박용범, 박병하, 황순철 순으로 호흡을 맞춘 김해팀의 전술이 승리를 이끌었다.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박병하가 깜짝 우승한 반면, 이명현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박용범의 등장도 주목을 받았다.

● 2014년 협공 우승(1위 이현구, 2위 박용범, 3위 이욱동)

승률 75%의 이현구와 승률 68%의 박용범이 있는 김해팀이 주도한 시즌이다. 그랑프리에서도 수적 우세와 전략 궁합을 앞세운 이현구가 조봉철의 선행을 활용하며 박용범과 동반 입상했다. 이명현, 이욱동이 수적인 열세를 개인전술로 만회하려 애썼지만 우승을 맛보진 못했다.

● 2015년 개인능력 우승(1위 박용범, 2위 정종진, 3위 황승호)

정종진의 무서운 성장과 박용범의 존재감이 드러난 대회였다. 강력한 세력이 없던 경주에서 박용범은 선행 승부를 던진 이명현을 마크했다. 무섭게 떠오르던 정종진이 외선 젖히기로 반격하자 다시 라인전환한 박용범은 추입으로 이를 제압하며 우승했다. 경주를 보는 시야와 운영이 돋보인 박용범의 노련함을 확인한 경주였다. 세력보다 개인전술의 승리였다.

● 2016년 개인능력 우승(1위 정종진, 2위 박용범, 3위 정하늘)

시즌승률 2위(88%) 정종진이 시즌승률 1위(90%) 박용범을 2위로 밀어내며 우승했다. 경주는 정하늘이 주도했고, 박용범은 특유의 운영으로 마크하며 유리한 자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정종진이 한 박자 빠른 1코너 젖히기 전법으로 나서 역전을 허락하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다. 정종진 박용범, 두 선수의 탁월한 개인능력이 돋보인 경주였다. 또한 수도권 팀의 ‘정종진 시대’를 각인시킨 우승이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