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공연론, 그리고 이시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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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사진제공|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사진제공|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28일 대한항공전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흔히 ‘질 때 잘 져야한다’는 것이 승부 세계의 경구로 통하는데 이날이 그랬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 감독이 단 하나 납득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현대캐피탈 원 포인트 서버이자 레프트인 이시우(23)가 원인을 촉발했다.

최 감독은 이시우를 꾸중했다. 2세트를 얻는데 기여했던 이시우를 뺐고, 끝까지 넣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최 감독은 이제야 사연을 말했다. “정말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선수들의 의지를 봤다. 여오현, 문성민, 신영석 모두가 필사적이었다. 그런 투혼을 보고 있는데 웜업존에서 이시우를 (투입하려) 불렀을 때, (마음의 준비가 미처 안 된 듯) 주저하더라. 좌시할 수 없었다.”

현대캐피탈 이시우. 사진제공|KOVO
현대캐피탈 이시우. 사진제공|KOVO

최 감독은 도드람 2017~2018 V리그 개막전 대한항공전 작전타임 때 독특한 표현을 구사했다. 1세트를 빼앗길 상황에서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공연’을 하고 있는데 왜 놀지 못해?” 배구감독이 ‘경기’, ‘게임’이라는 용어 대신 ‘공연’이라는 어휘를 썼다.

배구를 바라보는 최 감독의 시점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다. 최 감독에게 배구 코트는 마음껏 뛰어노는 시공간이다. 다만 게임에 집중하는 승부욕이 전제된다.

이럼 맥락에서 이시우는 ‘뛰어 놀 준비’가 안 된 셈이었다. 나가서 실수하는 것은 이해해줘도, 코트에 나가는 것 자체에 소극적인 선수는 용납할 수 없다는 관점이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12월 들어 KB손해보험,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3-0 연승을 거뒀다. 선수들이 최 감독의 진정성을 이해했다는 증거다. 감독의 철학을 구성원들이 공유한다는 점에서 현대캐피탈이 쉽사리 허물어지진 않을 것 같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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