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멀티카드!…‘신의 한수’ 찾았다

다양한 포지션이 각광을 받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은 멀티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태극전사들의 힘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신태용 감독이 경기 중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10일 콜롬비아전서 효과…내일 세르비아전서 도입여부 관심

고요한·이재성·권창훈·이근호 등 멀티포지셔닝 소화
빈자리 채우며 협업…신태용호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

2018러시아월드컵을 준비 중인 축구대표팀 신태용(47) 감독은 콜롬비아∼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미드필더 10명을 발탁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최전방 배치를 감안해도 9명 숫자는 다른 포지션을 압도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중원 한복판에서 뛰는 것이 익숙한 자원들만 7명이라는 점이다. 사실상 측면으로 특화된 염기훈(수원삼성), 권창훈(디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중앙에 몰렸다. 기대 반, 우려 반 시선에 신 감독은 “국가대표라면 2∼3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 평가전(2-1 승)에서 대표팀은 멀티 포지셔닝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전방위적으로 서로 돕고 빈 자리를 채우는 협업과 손흥민의 멀티 골이 하모니를 이뤄 승리를 얻었다.

측면 날개와 풀백으로만 생각되던 고요한(FC서울)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11월 10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콜롬비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가 열렸다. 한국 고요한.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플랫 형태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많이 뛰고 계속 부딪혀주면서 상대에 부담을 줘야 한다”는 벤치의 주문을 완벽히 이행했다. 허리에서 볼을 차단하고, 공간침투를 막자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이 공격능력을 더 수월하게 발휘할 수 있었고, 후방에서의 날카로운 전진패스가 이어졌다.

신 감독도 “(콜롬비아) 하메스가 몸싸움을 싫어해 초반부터 강하게 따라붙자고 지시했다. 효과를 봤다”고 기뻐했다.

좌우 날개 이재성(전북현대)과 권창훈도 인상적이었다. 사이드에 머물다 순간적으로 중앙으로 이동해 상대의 혼란을 유도했다. 여기에 이근호(강원FC)는 마치 윙 포워드로 비쳐질 정도로 측면 돌파가 많았다.

10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콜롬비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가 열렸다. 한국 이근호가 강력한 슛을 날리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포백 수비라인을 이룬 4명도 멀티 역할이 익숙하다. 센터백 콤비 장현수(FC도쿄)-권경원(톈진 취안젠)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중앙수비는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와 날개의 임무를 완벽히 파악한다. 소속 팀에서도 이를 충분히 발휘해 기량을 인정받는다. 주변 동료의 역할까지 알고 있으니 포지셔닝 체인지 등 플레이가 수월할 수밖에 없다.

김진수-최철순(이상 전북현대)도 풀백이지만 소속 팀에서 종종 날개로 변신하곤 한다. 필요에 따라선 왼쪽과 오른쪽을 맞바꾸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멀티 플레이어가 월드컵 등 큰 무대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만 베스트11에 포함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쓰기도 안 쓰기도 애매한 계륵에 가깝다는 얘기다. 실제로 장현수는 대표팀에 합류할 때마다 지나치게 잦은 위치 변화로 어려움을 겪곤 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멀티 플레이어가 다시 각광받는 분위기다. 14일 오후 8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릴 세르비아 평가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새 양념이 추가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