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무패신화” vs 곰 “단군신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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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두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곰이 호랑이를 이긴 ‘단군신화’ vs KIA의 한국시리즈 ‘무패신화’.

단군 이래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만난 두산과 KIA가 서로의 신화를 무너뜨리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평균 12.5점을 뽑는 막강 화력을 뽐낸 두산은 한국시리즈 3연패 도전에 기세를 제대로 얻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개막 10경기 만에 오른 1위 자리를 끝까지 지킨 KIA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공동 다승왕(20승) 양현종, 헥터에 타격왕 김선빈까지 정규시즌을 압도한 타이틀 홀더들은 3주간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둔 24일 광주 전남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양 팀 감독과 간판선수들은 저마다 승리를 다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두산 팬분들께 한국시리즈 3연패를 약속드리겠다”고 하자 KIA 김기태 감독은 “김태형 감독님 3연패 하신다는데 너무 한 팀이 앞서가면 안 되니 저희가 좀 막아 보겠다”고 응수했다.

2009년 이후 8년 만에 광주에서 한국시리즈 잔치를 벌이게 된 KIA 팬들은 ‘전초전’인 미디어데이 행사장을 가득 채워 왜 양현종이 “이번 한국시리즈는 홈 7연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KIA 팬들의 일방적인 환호에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가 아니라 KIA 미디어데이 같다. 너무 편파적”이라고 투정을 부렸다. 두산 유희관도 “내년에는 정규시즌을 우승해서 잠실에서 미디어데이를 하겠다”고 첫마디를 내놨다. 그가 “단군매치라고 말씀 많이 해주시는데 신화에선 곰이 호랑이를 이기는 내용이니 마늘과 쑥을 먹었던 인내와 끈기로 호랑이를 잡도록 하겠다”고 하자 KIA 팬들의 장난기 어린 야유도 쏟아졌다.

하지만 최근 3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고 있는 만큼 두산은 광주 안방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여유가 넘쳤다. 양현종이 “광주에서 우승 헹가래를 한 게 30년 전이라고 하더라. 30년 만에 광주에서 우승을 확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자 유희관은 “헹가래는 무조건 잠실에서 한다. 광주에서의 헹가래는 31년이 넘게 걸릴 것 같다”고 받아쳤다.

플레이오프 4경기 동안 평균 5이닝을 못 버티고 4.75점을 내준 두산 ‘판타스틱4’ 선발진의 자신감도 여전하다. 유희관은 “(플레이오프) 4차전 끝나고 네 선수가 사우나탕에서 만나 웃으면서 잘하자고 말했다. ‘환장스틱4’라는 말도 나오던데 이제 투수들이 각성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판타스틱4의 부활을 기다려 달라”며 “커밍 순!”을 외치는 등 남다른 입심을 보였다.

통산 11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KIA의 믿을 구석은 한국시리즈 통산 10전 10승의 대역사를 쓴 타이거즈의 자부심이다. 더욱이 올해는 시즌 전부터 대권 도전을 천명했을 만큼 투타도 고루 탄탄하다. 기선 제압을 좌우할 원투펀치 역시 압도적이다. 김기태 감독이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헥터를 발표하며 “20승 에이스 중 키 순서로 정했다”고 농담할 정도다. 20홈런 타자만 5명이 즐비한 타선 역시 위력적이다.

KIA의 완벽했던 시즌에서 옥에 티를 꼽자면 60.8%의 승률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도 유일하게 두산에 상대 전적이 뒤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7승 1무 8패로 승 하나가 적지만 게임 내용은 재미있었다. 무를 반올림해서 계산하고 싶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광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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