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우-종의 미’?

  • 동아일보

두산과 피말리는 선두싸움, 간판스타 역할 절실해져

하루 사이에 KIA와 두산의 희비를 가른 건 에이스의 힘이었다.

6월 말 이후 줄곧 단독 1위 자리를 지켜오던 KIA는 25일 3개월여 만에 두산에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KIA는 하루 뒤 LG와의 안방경기에서 에이스 양현종의 7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값진 1승을 따냈다. KIA가 0.5경기 차로 달아나자 두산은 27일 kt전에 에이스 니퍼트를 등판시켰다. 하지만 니퍼트는 패전 투수가 됐고, 두 팀의 순위는 1경기 차로 벌어졌다. KIA는 28일엔 한화에 역전승을 거두고 승차를 1.5경기로 벌렸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고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는 KIA와 두산의 운명은 결국 간판스타의 손에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 우천 취소로 연기된 경기를 치르는 시즌 막판에는 팀의 1, 2선발과 중심 타선의 집중력이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양현종의 부활투는 KIA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다승왕 1순위 후보인 양현종(19승)은 8월 말 이후 부진에 빠졌다. 양현종이 휘청거리면서 KIA도 흔들려 선두 자리마저 위태롭게 됐다. 그는 8월 22일 롯데전부터 9월 19일 SK전까지 6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3패에 평균자책점 6.57을 기록했다. 올 시즌 그가 당한 6패 중 절반을 이 시기에 헌납한 것이다.

앞으로 양현종은 한 경기 정도 더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이 1승만 추가하면 팀의 1위 수성과 자신의 다승왕, ‘22년 만의 토종 선발 20승 투수’ 등 여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KIA가 아직 풀지 못한 퍼즐 하나는 타선의 중심인 최형우다. 그동안 불펜진의 약점에도 KIA가 시즌 중반까지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불방망이 타선의 공이 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상반기 타율 0.374에 홈런 22개로 맹타를 휘둘렀던 최형우가 있었다. 하지만 9월 들어 그의 타율은 0.211로 곤두박질했고, 홈런은 고작 1개를 치는 데 그쳤다. 28일 한화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특히 시즌 막바지 선두 싸움이 치열한 최근 7경기에서 최형우는 4번 타자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23타수 2안타(19∼28일)에 그쳐 KIA 코치진의 걱정거리가 됐다. 박흥식 KIA 타격코치는 “본인도 이렇게 오래 부진에 빠진 건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감을 못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타선의 중심 선수답게 자신감 있게 자기 스윙을 해주고 타점을 올리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TV 해설위원은 “양현종과 최형우는 팀 전체 분위기마저 좌우하는 선수들이다. KIA가 뒷심을 발휘하려면 두 선수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KIA는 한화와 1경기를 치른 뒤 kt와의 3연전으로 정규 시즌을 마감한다. 매 경기가 결승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던 2009년의 영광 재현을 꿈꾸는 KIA. 그 벅찬 프로젝트 달성 여부가 양현종과 최형우의 어깨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kia 에이스#kia 양현종#kia 최형우#최형우 슬럼프#에이스 양현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