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 따라잡는 박태환의 부활 스퍼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25일 05시 45분


‘마린보이’ 박태환이 7월 24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아레나에서 열린‘2017 FINA 세계수영선수권’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4초38을 기록하고 4위에 올랐다. 거친 풍파를 겪은 뒤 다시금 정상을 향해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마린보이’ 박태환이 7월 24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아레나에서 열린‘2017 FINA 세계수영선수권’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4초38을 기록하고 4위에 올랐다. 거친 풍파를 겪은 뒤 다시금 정상을 향해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6년 만에 세계선수권 도전…자유형 400m 4위
초반·막판 스퍼트 여전…입상권에 0.45초 부족

그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잃어버린 시간을 딛고 진짜 무대에서 당당한 비상을 알렸다. ‘마린보이’ 박태환(28·인천광역시청)이 7월 24일(한국시간)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아레나에서 벌어진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4초38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으며 4위에 올랐다.

오랜 라이벌 쑨양(중국)이 3분41초38로 대회 3연패에 성공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가운데 입상권에 딱 0.45초가 부족했다. 맥 호튼(호주)이 3분43초85로 2위, 가브리엘레 데티(이탈리아)가 3분43초93으로 3위를 차지했다.

6레인에서 맞이한 결승 초반 스퍼트는 훌륭했다. 50m구간을 경쟁자 8명 가운데 2번째로 빠른 25초82에 통과했다. 100m구간까지 54초04로 무난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150m, 200m구간을 넘어가면서 쑨양이 서서히 속력을 냈고 박태환은 따라잡지 못했다. 300m구간부터는 4위까지 밀렸다.

박태환이 2분49초20을 찍었을 때, 쑨양(2분47초18)∼호튼(2분48초46)∼데티(2분48초97)는 전부 앞서 나갔다. 레이스 막판 폭발적인 스퍼트에도 불구, 250∼300m구간에서 벌어진 격차를 끝내 좁힐 수 없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2011년 중국 상하이 대회 이후 6년 만의 세계선수권 도전이었다. 6월 말 대회 마지막 준비를 위해 이탈리아 로마로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꼭 우승하고 싶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어도 혼신을 다했기에 아쉬울지언정 아프지는 않다. 2015년 불거진 약물 파동과 고통스러운 재기, 국가대표 자격논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전 종목 예선탈락의 수모까지 너무 많은 경험을 한 터다. 불과 1년여 전까지 수영계 모두가 “이제 박태환의 시대는 끝났다”며 재기 가능성을 낮게 바라봤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베테랑으로 취급받는 나이였지만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과 대등한 경쟁을 했다. 악몽도 말끔히 씻어냈다. 확연히 달라진 세계수영의 흐름을 올림픽 못지않은 최고 권위의 국제무대에서 몸소 확인했다는 사실도 긍정적이다. 가깝게는 2017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 멀게는 2020도쿄올림픽까지 아름다운 도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됐다.

한국 여자수영도 큰일을 해냈다. 안세현(22·SK텔레콤)과 김서영(23·경북도청)이 각각 여자 접영 100m,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승에 오르는 쾌거를 일궜다. 둘 모두 자신이 보유해온 한국기록을 갈아 치웠다. 안세현은 57초15로 6월 투어대회에서 세운 57초28을 단축시켰고, 김서영은 2분09초86(종전 2분10초23)에 터치패드를 찍어 세계 최강 8인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수영선수권에서 한국 남녀선수가 결승에 오른 것은 안세현과 김서영이 각각 5번째, 6번째다. 안세현은 여자선수로는 12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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