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선발 2점대 방어율 실종 사건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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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7월 11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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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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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야구장을 직접 찾는 팬들은 한순간도 조용히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한회가 멀다하고 터지는 타자들의 불방망이가 연신 팬들의 환호성과 박수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타고투저’ 현상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도 변함이 없다. 전반기 마감을 눈앞에 둔 가운데 11연속타자안타, 8연속경기 두 자릿수 득점 등 철옹성 같던 종전 타격 기록들이 이미 새롭게 옷을 갈아 입었다.

그러나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타자들의 기세가 무서운 반면 이런 타자들의 화력을 견뎌야 하는 투수들은 연일 울상을 짓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로 행복한 시즌 초반을 보내는가 싶더니 리그가 중반으로 향할수록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토종선발투수들의 고전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10일까지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선발투수는 단 두 명뿐이다. 롯데 박세웅(2.44)과 두산 장원준(2.79)이 그 주인공이다. 둘은 외국인투수 NC 해커(2.93)와 kt 피어밴드(2.95)보다 낮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로 시간을 돌리면 국내투수들의 이름을 찾기는 더 어렵다. 2016년에는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토종선발투수가 단 한명도 없었다. 2015년에는 KIA 양현종(2.44)이 유일하게 2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외국인투수를 포함해도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선수가 없었다.

KBO리그는 10개 구단 체제로 변모하면서 한 시즌 경기가 144경기로 확대됐다. 늘어난 경기만큼 자연스럽게 선발투수들이 등판해야 하는 경기수도 증가했다. 리그 후반으로 갈수록 국내선수들의 체력소모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시즌 말미까지 2점대 방어율을 유지하려면 전반기를 마치는 시점에서 방어율을 최대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 실제 양현종은 2015년 전반기에 1.77의 방어율을 기록했는데, 후반기에는 방어율 3.48을 기록해 시즌을 최종 2점대 방어율로 마쳤다.

올 시즌 박세웅과 장원준 외에 2점대 방어율 진입이 유력한 후보는 LG 차우찬(3.07)정도다. SK 박종훈(3.84)과 KIA 양현종(3.99)이 분전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의 리그 이력으로 봤을 때 목표 달성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토종선발진의 위기는 타고투저 현상 속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한국야구의 난제다. 실종된 2점대 방어율 선발투수, 누가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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