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이 착륙했나… 1조5000억원 축구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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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비 세계최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주차장에서 바라본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크레스톱스키섬의 키로프 스타디움 자리에 올해 2월 완공된 이 경기장은 최근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세계 축구팬들에게 선보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주차장에서 바라본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크레스톱스키섬의 키로프 스타디움 자리에 올해 2월 완공된 이 경기장은 최근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세계 축구팬들에게 선보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거대한 우주선이 지구에 착륙한 것 같았다. 3일 독일-칠레의 2017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컨페드컵) 결승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축구 팬들은 입장 전부터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은빛을 뽐내던 우주선은 밤이 되면서 화려한 조명 옷으로 갈아입었다. 돌아가던 팬들은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컨페드컵을 앞두고 10가지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그중 하나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이었다. 대회는 모스크바, 소치, 카잔에서도 열렸는데 관전 포인트로 꼽힌 경기장은 하나였다. 이 매체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은 건설 비용이 10억 파운드(약 1조4898억 원)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경기장이다.

이 경기장은 애초 2008년 12월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 재정난과 건설업체 도산 등이 겹쳐 여러 차례 완공이 미뤄졌고, 올해 2월에야 개장 행사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건설 비용도 계속 증가했다. 우주선 같은 경기장 외관은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구로카와 기쇼(1934∼2007)가 디자인했다. 구로카와는 1980년대 잠실 롯데월드의 기본 설계를 맡기도 했다. 일본 최고의 축구장으로 평가받는 도요타 스타디움도 그의 작품이다.

러시아 프로축구 제니트의 안방이라 ‘제니트 아레나’라고도 불리는 이 경기장은 총 7층으로 높이는 56.6m다. 제니트 홈페이지에 적힌 공식 수용 인원은 6만2000명이지만 7층에 임시 관람석을 설치하면 7만 명 이상도 입장할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위도는 북위 약 60도로 모스크바보다 높다. 겨울의 추위를 피하면서 햇볕도 쬘 수 있도록 스타디움 지붕은 개폐가 가능한 투명 재질로 돼 있다. 발트해에 인접해 경기장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환상적이다. 반면 내부 좌석은 빽빽하게 배열돼 있다. 안쪽 관객이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수십 명이 일어나야 한다. 편안함을 멀리한 대신 그라운드는 가깝다. 5층에서도 선수들의 등번호를 뚜렷이 볼 수 있다. 경기 중에 공이 관중석까지 날아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곳을 주경기장으로 하자는 여론도 있었지만 개막전과 결승전은 결국 수도인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치르기로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는 조별리그 4경기, 16강전과 준결승 각 1경기, 그리고 3, 4위전이 개최된다. 월드컵이 열리는 11개 도시의 12개 경기장(모스크바 2곳) 가운데서는 루즈니키 스타디움과 함께 가장 많은 7경기가 열린다.

한국 축구는 최근 신태용 감독을 소방수로 내세웠다. 9회 연속 본선에 진출하면 조 편성 결과에 따라 ‘신태용호’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우주선’을 휘저을 수도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컨페더레이션스컵#컨페드컵#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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