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패 행진 함상헌 감독
“180cm 6학년 공격수 이재민, 클럽서 GK 뛰다 작년 전학… 스피드도 좋아 득점왕 독차지”
“요즘 아이들은 외국의 또래에 비해 체격 조건이 뒤지지 않습니다. 체계적으로 잘 키우면 1983년 멕시코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이뤘던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 겁니다.”(함상헌 감독·46)
서울 신정초교 축구부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강이다. 전국초등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2009년 원년을 포함해 4차례나 우승했다. 2012년부터 3년 동안은 주말리그에서 5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모든 대회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그해 15경기에서 90골을 넣었는데 실점은 ‘0’이었다. 지난해는 왕중왕전 4강에서 진 게 유일한 패배였고, 올해도 진 적이 없다. 신정초교는 최근 전국소년체육대회 결승에서 프로 팀 산하의 포철동초교를 꺾었다. 이 대회에서 서울 팀이 우승한 것은 19년 만이다. 함 감독은 “2000년 부임한 뒤 소년체육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는데 한을 풀었다. 이로써 우리 학교는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유일한 학교가 됐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LG(현 FC서울) 등에서 뛰었던 그는 선수생활을 마친 뒤 유소년 지도자의 길로 나섰다. 일찌감치 독일 등 축구 선진국에서 자격증을 따며 배운 연령별 훈련 프로그램을 국내 현실에 맞게 적용해 왔다. 신정초교가 오랫동안 정상을 지켜 온 배경은 뭘까. 학부모 사이에서 ‘유소년 축구의 퍼거슨’으로 통하는 함 감독은 “단지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잘하고 싶어 하는’ 선수로 키우려고 한 게 유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잘한다고 뽐내기보다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발전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였다.
그런 함 감독이 아직 어리다는 단서를 달며 칭찬한 선수가 있다. 소년체육대회 득점 1위에 오른 이재민(6학년)이다. 이재민은 올해 칠십리배 춘계 전국 유소년축구연맹전에서도 12골로 득점왕을 차지하며 A그룹 우승을 이끌었다. 함 감독은 “클럽에서 취미로 축구를 하던 재민이를 지인의 소개로 알게 돼 지난해 전학을 시켰다. 원래 골키퍼였는데 공격을 시켜보니 탁월했다. 초등학생으로는 보기 드문 180cm의 큰 키에 육상 선수 버금가는 스피드까지 갖췄다. 그쯤 되면 어린 나이라 우쭐할 법도 한데 그런 게 없다”며 웃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동경한다는 이재민은 “골을 넣는 게 정말 재미있다. 국가대표가 돼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키 195cm의 세계적인 장신 공격수다.
국내를 평정한 신정초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유소년 월드컵’이라 불리는 다논네이션스컵(10월 미국 뉴욕)이다. 이 대회에 나가려면 칠십리배 B그룹 우승팀 진건초교(경기 남양주)를 17일 열리는 단판 대결에서 이겨야 한다.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2010년 득점왕을 차지하며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게 이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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