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오픈 우승 이상희의 사부곡…“우승트로피는 암 투병 아버지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8일 05시 45분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성남 남서울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우승한 이상희(가운데)가 어머니 윤화임 씨(왼쪽), 아버지 이홍식 씨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상희는 우승트로피를 부모님께 선물하며 활짝 웃었다. 사진제공 | KPGA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성남 남서울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우승한 이상희(가운데)가 어머니 윤화임 씨(왼쪽), 아버지 이홍식 씨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상희는 우승트로피를 부모님께 선물하며 활짝 웃었다. 사진제공 | KPGA
“카네이션 대신 우승트로피 안겨드리자” 다짐
대역전극 원동력…부친도 “아들 최고” 감격


“카네이션보다 더 좋은 우승트로피를 안겨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

이상희(25)는 늘 아버지 걱정부터 먼저 한다. 부친 이홍식(65) 씨는 6년 전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소세포 폐암 진단을 받아 지금까지도 병마와 싸우고 있다. 꾸준한 치료 덕분에 건강이 호전됐지만, 지난 겨울 재발하면서 가족 모두에게 또 한 번 시련이 닥쳤다. 다행히 부친은 다시 건강을 회복했다.

7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골프장(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 마지막 날 4라운드에 나선 이상희의 머리 속에는 우승트로피를 부모님께 안겨드리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부모님께 달아드릴 카네이션을 준비하던 그는 우승트로피를 안겨드리면 훨씬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효심 가득한 아들의 비장한 각오는 대역전극의 원동력이 됐다. 이상희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마지막 날 우승경쟁을 펼쳤지만, 1오버파를 쳐 공동 3위에 그쳤다. 지난해 아쉽게 어버이날 선물을 드리지 못했기에 올해 더욱 우승에 욕심을 냈다.

이번에는 달랐다. 경기 초반부터 이상희의 기세가 돋보였다. 2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고, 4번홀(파5)에서 칩인 이글을 성공시키며 리더보드를 흔들어놓았다. 선두경쟁이 치열하던 9번홀(파5)이 승부처가 됐다. 2온을 노린 공이 그린 앞에 멈췄지만, 이날 2번째 이글을 잡아내며 단독선두가 됐다. 이글이 터지는 순간 그린 밖에서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던 부친은 “와∼”하는 환호를 지르며 우승을 확신했다. 이후 마지막까지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은 이상희는 합계 8언더파 276타로 지난해 5월 SK텔레콤오픈 이후 1년 만에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이상희. 사진제공|KPGA
이상희. 사진제공|KPGA

이상희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생각이었는데, 그보다 더 좋은 우승트로피를 안겨드릴 수 있게 됐다”며 우승의 기쁨에 앞서 감사의 마음을 부모님께 전했다. 아들이 전해준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은 부친은 “우리 아들이 최고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상희는 2011년 프로 데뷔 첫해 NH농협오픈 정상에 오르며 KPGA 투어 최연소 우승기록(19세6개월10일)을 다시 썼다. 이후 2012년 KPGA선수권에서 2승, 지난해 SK텔레콤오픈에서 3승을 달성했다.

이상희는 일찌감치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2014년부터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어려서부터 큰 꿈을 꿨다. 고교 2학년 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에 도전했고, 늘 PGA 무대를 꿈꿔왔다. 일본은 PGA 투어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 삼고 있다.

이상희의 다음 목표는 3년 동안 미뤄온 일본에서의 우승이다. 올해는 반드시 준우승 징크스를 털어내겠다는 의지가 다부지다. 이상희는 2014년 JGTO 챔피언십에서 공동선두로 경기를 마친 뒤 연장전을 준비하던 도중 애매한 룰 판정으로 벌타를 받는 바람에 우승을 놓쳤다. 그 뒤로 준우승 징크스가 계속됐다. 2015년 일본 PGA챔피언십과 지난해 미즈노오픈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이상희는 “이번 주 우승의 기운을 다음 주 일본에서도 이어가고 싶다. 이번 대회처럼 자신감 있게 경기하면 곧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성남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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