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롯데-삼성의 ‘우리가 남이가’는 훈훈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5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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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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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특장점은 ‘스토리텔링’이 강하다는 데 있다. 1982년 출범 이래 지역연고에 바탕을 두고, 연속성이 이어지며 팬들은 팀과 선수의 역사를 곱씹을 수 있다.

특히 롯데와 삼성은 1982년 KBO 원년부터 팀명이 변하지 않은 유이한 팀들이다. 중장년층 이상의 충성심 강한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재료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 이런 요소들을 극대화하기 위해 롯데와 삼성은 2016시즌부터 ‘클래식 유니폼’에 바탕을 둔 ‘합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시즌 중 사직과 대구 3연전 한 차례씩 양 팀이 1980년대 초반 착용했던 올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했던 것이다. 양 팀 치어리더가 합동공연을 열기도 했고, 대구구장에서 ‘부산갈매기’를, 사직구장에서 삼성 응원가를 틀어주기도 했다.

양 팀은 호응이 좋았던 이 ‘클래식시리즈’를 일회성으로 제한하지 않고, 2017시즌에도 이어갔다. 롯데의 홈필드 부산 사직구장에서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맞대결에 다시 클래식 유니폼을 입기로 한 것이다. 롯데는 ‘동백 유니폼’을 입는 15일을 제외하고 올드 유니폼으로 경기에 나선다. 삼성은 3연전 내내 푸른 유니폼을 입는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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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마케팅’의 흥을 더 띄우는 차원에서 롯데는 ‘롯데껌’과 ‘빼빼로’의 옛 CF 영상을 계열사인 광고기획사 대흥기획에서 입수해 와 사직구장 전광판에 틀었다. 롯데 선수들이 타석에 등장할 때는 풋풋했던 신인 혹은 학창 시절의 사진을 전광판에 띄웠다.

롯데는 키스타임 이벤트를 할 때, 이례적으로 3루 원정 측 삼성 유니폼을 입은 커플 팬들을 대상에 넣었다. 7회초 수비 직후에는 양 팀 팬들의 ‘우정합창’이 이어졌다. 롯데 응원송이었지만 3루 내야석의 삼성팬들도 호응해줬다.

필드에서도 훈훈했다. 삼성 지명타자 이승엽이 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롯데 1루수 이대호가 반갑게 인사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승엽이 은퇴를 앞뒀기에 이제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볼 수 없는 역사적 장면이다. 롯데-삼성의 과거와 현재가 동시간에 존재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우리가 남이가’는 원래 정치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부정적 용어였다. 그러나 야구에서는 그 어감이 다르다. 영남 라이벌 롯데와 삼성은 경쟁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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