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 北 아이스하키선수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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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가는 버스안서 노래 부르고 몸푸는 모습 사진 찍어도 신경안써
경기에선 네덜란드에도 져 2연패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3일 강원 강릉시 관동하키센터 앞에서 축구공을 서로 주고받으며 몸을 풀고 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3일 강원 강릉시 관동하키센터 앞에서 축구공을 서로 주고받으며 몸을 풀고 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혼 좀 나야겠다.”

2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호주와의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경기에서 1-2로 패한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자국 대표팀 관계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북한 대표팀을 지켜본 한국 측 관계자는 “슈팅 수 등 경기 내용에서 호주를 압도하고도 골 결정력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 북한 관계자가 농담조로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했다”고 전했다.

숙소로 가는 동안 풀이 죽어 있던 북한 선수들은 같은 날 저녁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에서는 생기를 찾았다. 한국과 슬로베니아의 경기를 2피리어드까지 관람석에서 본 이들은 ‘코카콜라’를 마시거나, 서로 얘기를 나누며 활짝 웃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3일 북한과 네덜란드의 맞대결을 앞두고 관동하키센터에서 만난 북한 대표팀 관계자는 “한국이 슬로베니아를 5-1로 이기는 것을 봤느냐”는 질문에 “같은 민족끼리 서로 잘하면 좋지 뭐. 밤에 잠도 잘 잤으니 오늘은 이겨야지”라고 답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북한 선수들은 숙소 인근 경포 해변을 거닐며 긴장을 풀었다. 관동하키센터에 도착해서는 경기장 앞에서 축구공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몸을 풀었다. 일부 시민들이 이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기도 했지만 북한 선수들은 개의치 않았다. 한국 측 관계자는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선수들이 북한 노래를 부르는 등 기분이 많이 좋아진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선수들의 밝은 모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날 북한(세계 26위)은 네덜란드(세계 19위)에 2-4로 패하면서 2연패에 빠졌다. 2피리어드 한때 2-1로 앞섰던 북한이지만 탄탄한 체격을 지닌 네덜란드 선수들과의 몸싸움에 고전하면서 연달아 3골을 내줬다. 경기 후 북한 선수들은 전날 호주에 졌을 때처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빠져나갔다. 한 선수는 인터뷰를 사양한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기도 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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