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패 읽히는 ‘슈틸리케 축구’…예견된 참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27일 05시 45분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90분 내내 뻔한 패턴 일관…中 기자도 조롱
변화·개혁 없는 획일적 대표팀 선발도 논란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한국축구가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라면 9회 연속, 통산 10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가 없다. 23일 후난성 창사의 허룽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중국과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원정경기(0-1 패)는 치욕이었다. A매치 32번째 만남에서 중국에 2번째 승리를 헌납한 것은 물론, 중국에 2001년 10월 카타르전(3-0)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승리를 안겼다.

결과도 참담하지만, 더 안타까운 사실은 ‘변화 없는’ 대표팀의 모습이다. 모두가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의 전략·전술을 읽고 있다. 설사 경기력이 좋더라도 조금씩이나마 변화가 필요한 법인데, 지금의 대표팀 벤치에는 그런 노력이 보이질 않는다. 심지어 중국 기자들이 “(슈틸리케 감독이) 어떤 선수를 활용할지, 어떠한 포메이션을 쓸지 누구라도 알 수 있다”고 조롱했을 정도다. 기자들이 파악한 정보를 상대 사령탑이 모를 리 없다. 세계적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중국은 한국을 정확히 분석했고, 확실하게 대응했다. 반면 한국은 90분 내내 뻔한 패턴으로 일관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최종예선 6차전까지 한국은 3승1무2패, 승점 10으로 2위에 올라있지만 추격자들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 3위 우즈베키스탄(3승3패·승점 9)은 물론 4위 시리아(2승2무2패·승점 8)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반면 A조 선두 이란(4승2무·승점 14)과의 격차는 더 커졌다. 이대로라면 위아래로 협공을 당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얼마나 준비하느냐가 승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표현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자신의 준비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지피지기(知彼知己)’라는 기본이 대표팀에는 보이지 않는다. 적을 제대로 모를 뿐 아니라, 스스로도 모른다. 그저 기존 전략을 습관처럼 무의미하게 되풀이할 뿐이다. 안방에선 그럭저럭 승수를 쌓으면서도 매 경기 실점했고, 원정에선 승리는커녕 골맛도 보지 못했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시리아와의 홈 7차전을 향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변화에 인색하고, 개혁에 소극적인 현재의 틀 속에선 창의적인 플레이를 기대할 수 없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대표팀의 베스트 라인업은 불변이다. 이를 상대가 간파했다면 변화가 불가피한데도 요지부동이다. 한 번의 시행착오는 실수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를 반복하면 버릇이 된다. 논란이 된 이해할 수 없는 선수 선발을 한 것도, 플랜A·B라는 표현을 쓰며 태극전사들의 역할을 한정지은 것도 모두 슈틸리케 감독이다. 지도력에 한계가 왔다면 할 일은 간단하다.

대표팀과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남은 4경기 모두 배수의 진을 치고 싸워야 한다. ‘수가 뻔한’ 슈틸리케 감독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궁금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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