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배트 던지기·삼진 세리머니는 ‘비매너’ 일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4일 05시 45분


호세 바티스타의 배트플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호세 바티스타의 배트플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프로야구에선 문화의 일부이자 눈요깃거리
농구 발걸기·배구 손가락욕 통용범위 넘어


매너(manner)는 사전적으로 ‘행동하는 방식이나 자세’, ‘일상생활에서 상대를 대하는 예의와 절차’ 등으로 정의된다. 인간관계에선 그 사람의 인격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지표 중 하나다. 또 좋은 매너 하나가 그 사람을 전체적으로 인상지울 수도 있다. 매너가 전부는 아니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선 인격과 동의어일 수 있는 것이다. 매너가 좋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예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너의 이름으로 포장되는 것 중에는 매너를 넘어서 범죄의 의심이 풍기는 행동도 상당수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에서 매너는 어떤 의미일까?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승부의 영역이다. 윈-윈(Win-Win)이 어렵다. 이기고 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승부에 집착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과열되고 흥분하기 쉽다. 게다가 축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 몸싸움이 허용되는 종목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야구의 경우 매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배트 플립(bat flip)이다. 타자가 홈런이나 끝내기안타 등을 친 뒤 그 기분을 표현하기 위해 배트를 던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빠던(배트 던지기)’이라고 불린다. 배트 플립은 각 나라 고유의 문화와 관련돼 있지만, 매너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상대방을 놀리기 위한 의도보다 자신이 잘했다는 것을 과시하는 행위로서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타자에게 배트 플립이 있다면, 투수에게는 삼진 세리머니가 있다.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한 뒤 또는 범타로 처리한 후 기쁨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상대방을 경멸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야구문화의 하나로 관중에게 눈요깃거리가 될 수도 있다.

배구는 상대팀과 네트를 사이에 두고 있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몸싸움이 덜할 수밖에 없다. 세리머니도 자기 팀의 사기를 올리거나 자신의 기쁨을 표현하는 정도가 거의 전부다. 그러나 지난 시즌 한 선수의 과도한 세리머니가 논란이 됐다. 통상 네트를 사이에 둔 경기의 경우, 상대팀 선수를 향해 세리머니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배구,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같은 종목이 그렇다. 그런데 지난 시즌 한 선수가 상대팀 선수를 향해 과도한 몸짓이나 포효하는 모습의 세리머니를 했다. 이에 화가 난 상대팀 선수가 심판에 항의하자 심판이 해당 선수에게 주의를 줬다.

여기까지는 단순히 비매너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주의를 받은 선수가 손가락을 유니폼 안으로 집어넣어 심판이 보지 못하도록 하면서 ‘손가락 욕’을 하는 듯한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사후 심의를 했으나,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경고처분만 했다. 만일 그 선수의 손가락 욕이 사실이라면 그것을 단순히 비매너라고만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회생활에서 똑같은 행동을 한다면 모욕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농구는 경기 중 선수들끼리의 몸싸움이 직접적으로 일어나는 스포츠다. 그러다 보니 비매너로 넘길 수 없는 행위가 훨씬 자주 목격된다. 최근 남자프로농구에서 한 선수의 상대팀 선수에 대한 잇따른 발 걸기가 크게 문제가 됐다. 속공 상황에서 상대팀 선수의 속공 참가를 저지하기 위해 일부러 발을 거는 듯한 동작을 했다. 또 다른 상황에선 골밑 돌파를 시도하는 상대팀의 다른 선수가 같은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고의성 여부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의심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같은 발 걸기에 대해 일부에선 비매너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것은 매너의 문제를 넘어선다. 다른 파울과 달리 부상의 위험이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손이 아닌 발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아닌 일반사회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폭행죄로 처벌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스포츠의 기본정신은 정정당당이다. 더불어 상대 선수와 심판, 관중에 대한 존중과 배려도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프로스포츠라면 더욱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