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하늘로 떠난 KBO리그 외국인선수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24일 05시 30분


故 앤디 마르테. 스포츠동아DB
故 앤디 마르테. 스포츠동아DB
전 kt 외국인선수 앤디 마르테가 22일(한국시간)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줬다. 이제 33세에 불과한 데다 지난 2년간(2015~2016년) KBO리그에서 맹활약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어서 안타까움이 더 크다.

마르테는 2년간 kt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통산 206경기에 출장해 타율 0.312(750타수 234안타), 42홈런, 163타점을 기록했다. 첫해인 2015년에는 115경기에서 타율 0.348·20홈런·89타점의 호성적을 올렸지만, 지난해 허리통증으로 수술을 하면서 91경기 출장(타율 0.265, 22홈런, 74타점)에 그쳐 재계약에 실패했다.

마르테는 심성이 착하고 친화력이 뛰어나 kt 선수들과도 잘 어울렸다. 자신은 재계약되지 않았지만 kt가 새 외국인타자 조니 모넬을 영입하자 오히려 kt 구단에 직접 감사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 kt 구단도 23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항상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마르테 사진을 올려놓고 팬들과 함께 그를 추모하고 있다. 아울러 24일부터 수원kt위즈파크 내 위즈홀에 마르테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KBO리그는 1998년부터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까지 총 321명의 외국인선수가 KBO리그에 몸담았다. 그 중 마르테를 비롯해 벌써 세상을 떠난 선수들의 소식이 종종 들려와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故 리마-故 카페얀(오른쪽). 스포츠동아DB
故 리마-故 카페얀(오른쪽). 스포츠동아DB

● 리마, 카페얀, 이시온…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이들

2008년 KIA 유니폼을 입은 호세 리마. 메이저리그에서도 휴스턴 시절 1998년 16승, 1999년 21승을 올린 올스타 출신 투수였기 때문에 화제를 몰고 왔다. 전성기가 지난 36세의 나이에 KBO리그에 오면서 기대만큼 활약하지는 못했다. 14경기에 등판해 3승6패1홀드, 방어율 4.89의 성적을 남긴 채 전반기에 퇴출됐다. 그러나 특유의 친화력과 열정적인 제스처를 바탕으로 한 ‘리마 타임’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줬고, 당시 양현종 등 KIA 젊은 투수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등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런데 리마는 2010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잠을 자던 도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한때 한화에서 활약했던 호세 카페얀은 2015년 미국 필라델피아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눈을 감았다. 2010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불운과 부진이 겹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1패만 기록한 채 KBO리그를 떠났지만, 착한 심성의 소유자여서 그의 죽음에 모두들 안타까워했다.

이제는 잊혀진 이름이지만, 2003년과 2004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외국인타자 이시온도 젊은 나이에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본명은 마리오 엔카르나시온. 그러나 등에 써넣어야할 이름이 6글자로 너무 길어 미국식 발음인 ‘엔카네이시온’의 뒷부분 세 글자인 ‘이시온’을 등록명으로 사용했다. KBO리그에서 2년간 94경기를 뛰면서 통산 타율 0.283(350타수 99안타), 13홈런, 46타점으로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한 이시온은 2005년 대만 성타이 코브라스에 입단했지만 10월에 호텔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부검결과 금지약물 과다복용으로 심장발작을 일으킨 것으로 결론이 났다..

故 마이크 쿨바.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故 마이크 쿨바.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타구에 머리 맞고 눈을 감은 마이크 쿨바

두산에서 활약하기도 한 마이크 쿨바는 미국으로 돌아가 지도자로 변신했다가 변고를 당했다. 2007년 마이너리그 털사 드릴러스(콜로라도 산하 더블A) 타격코치였던 쿨바는 7월 23일 아칸소 트래블러스 원정경기에서 9회 1루 쪽 코처스 박스에 서 있다가 타자의 강한 타구에 그대로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두고 말았다. 쿨바는 2003년 두산에서 4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15(149타수 32안타), 10홈런, 24타점으로 썩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친형 스콧 쿨바는 1998년 현대에서 활약하며 타율 0.317(410타수 130안타), 26홈런, 97타점을 기록한 바 있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쿨바의 죽음은 전 세계 야구계에 큰 충격을 줬다. 곧바로 메이저리그는 1루와 3루 베이스코치에게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다. KBO리그에서도 2007년 8월 당시 삼성 김평호 1루 주루코치가 처음으로 경기에 헬멧 쓰고 나왔고, 이후 모든 베이스코치가 헬멧을 착용하기에 이르렀다.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이라고 했다. 이유가 어떠하든, 한때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기에 젊은 나이에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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