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남기일 감독 “난 51점짜리…광주만의 DNA를 찾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18일 05시 45분


광주FC 남기일 감독은 지난해 말 2년 계약연장에 합의했다. 자신을 ‘51점짜리 감독’으로 평가한 그는 남은 49점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2년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 참이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광주FC 남기일 감독은 지난해 말 2년 계약연장에 합의했다. 자신을 ‘51점짜리 감독’으로 평가한 그는 남은 49점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2년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 참이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중국 러브콜 쇄도? 난 광주를 지키고 싶다
단단하고 강등 걱정 없는 팀 만드는게 목표
간절한 선수들 성장했을때 가장 뿌듯하더라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했다. 지난해로 계약이 만료된 광주FC 남기일(43) 감독이 소속팀과 계약연장에 합의하지 않은 채 포르투갈로 훌쩍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축구계에선 남 감독이 광주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택하리란 전망도 많았다. 실제로 약체로 꼽혀온 팀을 이끌고 기대이상의 성과를 낸 남 감독을 향해 국내는 물론 중국 클럽들의 러브 콜이 쇄도했다.

그러나 최근 광주의 1차 동계전지훈련지인 전남 광양에서 만난 남 감독은 단언했다. “한 번도 떠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어려운 상황을 딛고, 풍족하지 않은 환경을 극복하며 여기까지 왔다. 좀더 단단한 팀을 만든 뒤 떠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재계약이 늦어진 이유는 남 감독이 아니라 구단 내부에 있었다. 대표이사의 거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령탑과의 계약연장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어찌됐든 남 감독은 올해도, 아니 내년까지 계속 광주를 이끈다. 항간에 알려진 1+1년이 아닌 2년 연장이다. 롱런을 보장하고, 지금까지의 팀 기조를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는 안정된 임기 보장이다. 감독대행 시절을 포함한 지난 2년 반에 이어 새로운 2년을 앞둔 남 감독과 대화를 나눠봤다.

-선수단 개편은 잘 이뤄지고 있나?

“아직 진행단계다. 광양 캠프에 참여한 26명에 더해 7명 정도 보강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외국인선수 2명이 포함된다. 포르투갈(2차 전훈)에서 직접 기량을 확인하고 뽑을 계획이다. (구단)재정을 고려하다보니 스타트가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시간이 있다. 급할 필요는 없다.”

-선수를 데려올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았나?

“아무래도 포지션 문제가 최우선이다. 팀 특성상 이탈자가 많다. 계속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1차 영입 인원들이 그 공백을 메우게 된다. 그런데 무작정 포지션이 맞는다고 선발하는 것은 아니다. ‘간절함’과 ‘배고픔’을 본다. 우리는 챌린지(2부리그)에서 클래식(1부리그)으로 올라섰을 때 정말 간절했다. 그런데 잔류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느낌이 깨지더라. 항상 배고파야 한다. 정말 경기에 목말라 하는 그런 선수가 필요했고, 꾸준히 찾고 있다.”

-대행까지 2년 6개월에 이어 ‘시즌 2’가 개봉한다. 어떤 목표가 있나?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무엇인가를 이뤄야 하는 촉박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주변에선 우리를 향해 ‘강등 1순위’라고 하지 않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행히 내 자신도 최대한의 지혜를 이끌어내고, 방향 설정을 하는 묘한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 선수들은 잘 따라줬다. 함께 성장하고 있다. 늘 고민하고, 비우고, 또 채워내면서 걸음을 떼고 있다.”

광주FC 남기일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FC 남기일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러브 콜도 많이 받았는데.

“여기저기서 직·간접적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어렵게 감독생활을 하면서 이 팀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긍심과 뿌듯함이 있었다. 아직까지는 광주를 더 단단하고 강한 팀으로 구축하고 싶다. 주위에선 우리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내실이 생기고 있다. 강등 걱정을 하지 않는 팀, 그럴 필요가 없는 팀을 만들고 떠나도 늦지 않다.”

-그간 어떤 부분을 배웠는가. 더 발전할 부분은?

“내가 가장 만족감을 느낄 때는 ‘성장’을 확인했을 때다. 고참이나 어린 친구들이나 광주에 오면 똑같은 상황에 놓인다. 이들의 클래스를 어떻게 높여야할지 늘 고민했다. 다만 국내에 너무 몰두해 세계화의 흐름을 놓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 FC서울 황선홍 감독 등 선배 지도자들의 준비를 곁에서 보고 흡수하고 있다. 어깨 너머로나마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광주는 어렵고 힘들다는 이미지가 고착됐다.

“반대로 보면 어떤가? 그래서 더 성취감이 크다고. 계속 성장의 여지가 있다고. 솔직히 시즌 종료 후 계속되는 전력이탈을 볼 때 허탈할 때도 많다. 2∼3년 더 하면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는데…. 홀로 눈물을 훔칠 때도 있다. 정말이다. 그래도 그 허탈함과 막막함,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막연함이 더욱 큰 성취감을 주기도 하더라.”

-2017시즌 광주의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는 클래식 잔류를 거론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6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대로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기회가 있었지만 아쉽게 놓쳤다. 여기에 선수들의 발전 폭을 넓히려고 한다. 롱런할 수 있는 모두를 만들고 싶다. ‘광주에 오길 잘했다’, ‘프로축구선수가 되길 잘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끔. 개인의 성장을 돕다보면 광주도 얼마간 높은 위치를 찾아가지 않겠나. 배고픈 모두에게 고른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상은?

“선수의 마음을 이해하는 감독? 이심전심의 관계처럼 좋은 게 있을까? 돈으로 선수를 살 수 있어도 마음까지 살 수는 없다. 최대 능력치가 꼭 자금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말 감독을 하면서 딱 한 가지를 얻을 수 있다면, 선수들의 마음부터 사고 싶다.”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낙제점을 간신히 면한 51점? 아직 내 자신을 모르니, 또 내 전술이 우리 팀에 어울리는지 모르고 있으니. 다만 나름 괜찮은 방향으로 간다는 확신이 선만큼, 50점에 1점을 더 주고 싶다. 다만 아직 이렇다할 만한 우리만의 DNA는 찾지 못했다. 끈끈함을 모두에게 전파시키고픈 욕심은 있다.”

● 남기일 감독

▲생년월일=1974년 8월 17일(전남 순천)
▲출신교=금호고∼경희대
▲프로선수 경력=부천SK(1997∼2003년), 전남 드래곤즈(2004년), 성남일화(2005∼2008년)
▲K리그 개인통산 성적=277경기·40골·34도움
▲지도자 경력=천안시청 플레잉코치(2009∼2010년), 광주FC 코치(2011∼2013년) - 감독대행(2014년) -감독(2015년∼현재)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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