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 “95억원 과분… ‘LG의 장원준’ 될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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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몸값 논란 딛고 새출발

올해부터 LG에서 토종 원투펀치로 호흡을 맞출 류제국(왼쪽)과 차우찬. 올겨울 95억 원의 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차우찬이 합류한 LG는 데이비드 허프, 헨리 소사, 류제국, 차우찬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4선발을 갖추며 한국시리즈 도전을 선언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올해부터 LG에서 토종 원투펀치로 호흡을 맞출 류제국(왼쪽)과 차우찬. 올겨울 95억 원의 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차우찬이 합류한 LG는 데이비드 허프, 헨리 소사, 류제국, 차우찬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4선발을 갖추며 한국시리즈 도전을 선언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제껏 차우찬(30)의 야구 인생은 조용했고 순탄했다. 군산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야구를 시작한 그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군산남중과 군산상고를 거쳤다. 2006년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로 입단한 삼성에서도 화려한 에이스는 아니었다. 팀이 필요하다면 선발, 불펜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며 무난하게 11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차우찬은 이번 겨울을 어느 때보다 시끄럽게 보냈다. 서른이 된 그가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을 선언하면서부터였다.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최고액(4년 총액 95억 원)을 기록하며 삼성을 떠나 LG 유니폼을 입은 차우찬은 이제 ‘주목받기 싫어한다’는 성격과는 상관없이 한동안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가기 어렵게 됐다.

○ 논란 속 이적한 차우찬 환영해 준 류제국

  ‘4점대 평균자책점 선수가 95억 원을 받았다’는 비난도 많았다. 2016 시즌 그는 24경기에서 12승 6패를 기록했지만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며 평균자책점이 4.73으로 다소 높았다. 선발로 충분히 검증받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컸다. “욕도 참 많이 먹었다”며 머리를 긁적인 차우찬은 “잘하든 못하든 올 시즌은 내내 계속 눈길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제가 보여 드린 게 많이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래도 성적을 잘 내면 좋게 바뀌지 않을까 해요”라고 말했다.

 대형 계약을 한 차우찬은 이제 ‘잘하면 기본’이고 ‘못하면 먹튀’가 될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주장 류제국(34)이 있어 든든하기만 하다. 지난해 말 LG와 계약한 차우찬의 전화를 받은 류제국은 “좋은 선택을 한 거다. 환영한다”며 반겼다. 류제국은 미국에서 돌아온 2013년에 ‘LG 이적’을 먼저 경험했다. ‘차우찬에게 조언을 좀 해줬느냐’고 묻자 그는 “우찬이는 FA 최고 대우를 받고 온 거고 제가 LG 입단할 때는 약간 미지수? (당첨 여부가 불확실한) 로또였다. 저와는 비교가 안 된다”며 웃었다.

 양상문 LG 감독도 “선발진이 4선발 구색을 갖추는 게 쉽지 않은데 차우찬이 오면서 안정감이 생겼다. 삼성에서 보여준 실력대로 꾸준히만 (경기에) 나가면 잘할 것 같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외부 전문가들도 토종 원투펀치 류제국-차우찬이 짝을 이루며 데이비드 허프-헨리 소사와 함께 LG의 안정적인 4선발 퍼즐이 완성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팬들의 눈높이도 더 높아졌다. 5일 시무식 후 잠실야구장에서 차우찬과 함께 만난 류제국은 “물론 부담스럽지만 우찬이 합류로 저희도 올해 기대를 하고 있다. 그간(2013시즌부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만 3번 떨어졌는데 이제는 한국시리즈에 한번 가도 되지 않을까, 노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차우찬 역시 이런 기대를 잘 알고 있다. “보여 드린 것에 비해 과분한 금액을 받고 와 책임감이 커요. 그래도 두산에서 장원준 선배가 FA 후에도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있잖아요. 삼성에 있을 때도 윤성환 선배가 FA 계약 후에 더 열심히 하더라고요. 저도 노력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류제국에게 주장으로서 ‘차우찬, 큰돈 받고 왔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 “우찬이요?” 짓궂은 표정으로 차우찬을 바라보던 류제국이 말했다. “최소 15승은 해야죠. 평균자책점은 3점 초반, 200이닝에 삼진 180개 이상요.” 청산유수로 답하던 그는 주장 2년 차 자신의 성적은 어떨 것 같으냐는 물음에는 “저는 10승 정도만 하면 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 편안한 LG, 적응은 시간문제

 주장 첫해였던 지난해 류제국은 개막 후 5월까지 2승에 그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멘붕이었죠. 나 때문에 팀도 망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류제국은 6월부터만 11승을 거둬들였고 8위까지 내려갔던 팀 순위도 4위까지 올라왔다. 류제국이 기 살리기에 앞장선 LG의 신예들은 신바람의 중심에 섰다. 흔치 않은 투수 출신 주장이었지만 시즌이 지나자 ‘LG가 주장 잘 뽑아서 팀이 잘된다’는 칭찬도 쏟아졌다. 차우찬 역시 “다같이 훈련은 못해 봤지만 젊은 선수가 많아서 그런지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아요. 어색한 건 별로 없어요”라고 말했다.

 LG 투수들의 모바일메신저 단체 대화방만 봐도 선수들 간의 끈끈한 정을 볼 수 있다. 이 대화방에는 올겨울 삼성에서 LG로 온 차우찬과 LG에서 삼성으로 간 우규민(32)이 함께 있다. 류제국은 “누가 ‘우규민 추방’을 투표로 올렸었는데 부결됐어요. 전 아무래도 주장이다 보니 찬성했는데 저 빼고 다 반대했더라고요. 저만 나쁜 놈 됐죠(웃음). 그래도 규민이는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잠실에서 새 출발을 하지만 차우찬은 등번호만큼은 삼성에서 달던 23번을 계속 달게 됐다. LG에서 23번을 달던 최경철이 삼성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우규민이 달았던 1번의 주인공이 궁금했다. 1번은 간판 투수를 상징하는 번호다. 주장은 쿨하게 답했다. “임찬규요. 이미 자기네들(후배)끼리 다 정해 놨더라고요.”

 로테이션으로 보면 차우찬의 LG 데뷔전은 4월 4일 삼성 우규민과의 맞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친정팀을 상대할 두 선수의 만남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차우찬#장원준#류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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