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채은성 “야구 잘 해서 부모님 호강시켜드려야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14일 05시 30분


LG 채은성.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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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채은성(26)은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성적으로 드러난다. 128경기를 뛰어 타율 313, 9홈런, 64득점, 81타점을 올렸다. 처음으로 타율 3할을 돌파했고, 100안타(126안타) 이상을 때려냈다. 득점, 타점 모두 개인커리어하이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팀의 주전외야수이자 중심타자로 실력을 인정받은 점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칭찬에 손사래를 치기 바빴다. 오히려 “중심타자는 생각하지도 않았고, 경기 나가는 자체만으로 감사했다”,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꿈같다”며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채은성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년 방출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였다. 2009년 LG에 입단했지만 육성선수 신분이었고, 설상가상으로 포수로서 치명적인 ‘입스’(목표물에 공을 정확히 던지지 못하는 증세)까지 걸리면서 야구를 포기할 뻔 했던 적도 있다. 그랬던 그가 2014년부터 기회를 잡기 시작해 불과 3년 만에 주전외야수로 부상했다.

물론 만족은 아니다. 채은성은 올해를 “잘 버틴 시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처음부터 주전자리를 확보하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버티다보니까 자리가 생겼을 뿐”이라며 “성적이 난 게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특히 시즌 중반 부상이 오면서 생각이 많아졌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냉정했다. 그는 “144경기를 뛰기에는 체력이 모자랐고 준비도 부족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LG 채은성. 스포츠동아DB
LG 채은성. 스포츠동아DB

다행히 채은성의 주변에는 그를 도와주는 이들이 많았다. 양상문 감독을 비롯해 박용택, 정성훈 등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박용택, 정성훈 선배님들은 십 몇 년 동안 늘 꾸준하지 않나.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시즌 도중 안 좋을 때 이겨내는 방법을 여쭤봤는데 ‘어떻게든 버티라’고 말씀해주셨다. 겪어보니 그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었고, 깨닫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늘 뒤에서 아들을 응원해주는 부모님도 큰 힘이다. 채은성은 “부모님은 항상 ‘몸만 다치지 말라’고, 혹시 내가 신경 쓸까봐 시즌 때도 ‘잘 했다’, ‘고생했다’고만 하시는 분들”이라며 “2군에 있다가 입스가 왔을 때 처음으로 부모님께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알겠다’는 말 이상을 하지 않으시더라. 그래서 야구를 더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성적이 났지만 우리 팀은 젊고 좋은 외야수들이 많아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를 잘 해서 내년에는 부상 없이 꾸준한 선수, 야구장에서 밥값하는 선수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마치 자신에게 주문을 걸 듯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저 지금보다 야구 더 잘 해야 돼요. 야구 잘 해서 부모님 호강시켜드려야 하니까요.”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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