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 “황금장갑 못꼈다고 울 나이는 지났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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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러브 단골’ 롯데 강민호
부상으로 출장규정 못채워 후보 탈락
“주장까지 맡았는데 또 가을야구 실패, 정말 창피해… 나부터 달라져야죠”

출장 경기 수가 한 경기 부족해 골든글러브 후보에 포함되지 못한 롯데 포수 강민호(왼쪽). 롯데 제공
출장 경기 수가 한 경기 부족해 골든글러브 후보에 포함되지 못한 롯데 포수 강민호(왼쪽). 롯데 제공
 롯데 강민호는 역대 골든글러브 시상식 단골손님 중 한 명이었다.

 2008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로 활약해 온 강민호는 2008, 2011, 2012, 2013년 포수 골든글러브, 2015년 사랑의 골든글러브 등 골든글러브만 5개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시상식장에 서지 못한다. 96경기(전체 경기 수의 3분의 2) 이상 출장해야 하는 후보 규정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릎 부상으로 올 시즌 95경기 출장에 그친 강민호는 “아쉽기보다는 ‘아, 내가 올해 아프긴 아팠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며 “골든글러브는 시즌이 끝나고 수고했다고 주는 보너스 같은 거다. 보너스 못 받았다고 울고불고할 나이는 지났다. 상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잘 아니 재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더 중요한 보너스’는 가을야구다. 롯데는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강민호는 “5년 연속 (가을야구) 할 때는 가을야구 정도는 무조건 가겠다 싶었다. 그런데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니 그 벽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은데도 잡힐 듯 안 잡히는 게 상위권 순위더라”라고 말했다. 올해는 주장까지 맡아 어깨가 더 무거웠다.

 “몸보다는 정신적으로 좀 힘들었습니다. 연패 때 지는 꿈을 많이 꿨어요. 하위권 팀 주장들이 좀 어려운 면이 있는데 올 시즌 (박)경수(10위 kt 주장) 형과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시즌 초 기대와 달리 정규 시즌을 하위권(8위)으로 마친 뒤 그는 선수단 회식에서 예년과는 달리 쓴소리를 했다. “원래 시즌 마지막 날에는 지나간 건 잊고 다음 시즌을 열심히 준비하자고 하는데, 올해는 어린 선수들에게까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야단을 좀 쳤어요.”

 그는 올 시즌 스스로도 정말 “창피했다”고 했다. “LG 4강 확정, 두산 최다승 확정이란 성적은 다 우리 팀이 만들어 줬습니다. NC한테는 마지막 경기까지 14연패(시즌 전적 1승 15패)를 당했고요. 그래서 선수들에게 시즌 끝났다고 이제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고 웃지 말라고, 창피한 줄 알라고 했던 거죠. 사실 2군에 있으면 팀 승패에 연연하지도 않고, 팀 순위로 스트레스도 안 받습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도 마냥 2군 선수라는 생각으로 ‘내 것’만 하지 말고 ‘우리가 이렇게 창피하게 야구하고 있으니 알고 있어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내년에는 우리가 당한 것을 갚아 주자고 했죠.”

 그의 말에서 독기가 느껴졌다. 채찍질의 대상에는 자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 기존에 자기가 하던 습관과 스타일을 고집해서는 올해처럼 8위 팀밖에 안 된다”며 “개인보다 팀이 먼저라는 걸 모두가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즌 후반부 무릎 통증에 시달렸던 그는 현재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내년 1월 3일 재검까지 100% 완치되면 9일부터 괌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위한 기술훈련을 준비하게 된다.

 “국가대표로 뽑힌다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WBC는 ‘아, 내가 야구인이 됐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대회였죠. 하지만 몸 상태가 100%가 안 된다면 제가 빠지는 게 국가에 더 도움이 될 겁니다. 물론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열심히 몸 만들고 있습니다.”

부산=임보미기자 bom@donga.com
#롯데 자이언츠#강민호#골든글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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