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캠프+홈 텃세, 그래도 전북이 웃는 까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1월 2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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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전북현대
사진제공|전북현대
서운한 알 아인의 손님대접에 자극받은 전북 선수단
온갖 푸대접과 텃세에 승리로 되돌리겠다는 의지


‘신통치 않은’ 접대에 손님은 뿔이 단단히 났다.

전북현대는 26일 오후 11시25분(한국시간)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알 아인(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원정 2차전을 위해 일찌감치 현지로 떠났다.

당초 전북은 2-1로 이긴 홈 1차전(19일) 다음날에 출국해 21일부터 알 아인에서 단기 강화훈련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꼬였다. 11월 A매치 휴식기 때 직원이 직접 살펴보고 예약한 숙소는 그대로였는데, 훈련장이 문제였다. 알 아인은 예정에도 없던 유소년축구대회를 전북이 선택한 훈련장에서 개최했다. 대체로 확보해준 훈련장은 지극히 상태가 불량했다.

결승 1차전을 위해 무안공항으로 16일 전세기편으로 입국한 알 아인 선수단은 방한기간 내내 전북을 괴롭혔다. 일반 팬들을 제외하고도 왕족과 구단 스태프 등 50여명에 달한 인원들은 규정에도 없는 다양한 물품을 제공하도록 생떼를 부렸다. 할랄(이슬람식 제조) 식품은 물론, 중동식 양념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AFC 규정에 따르면 홈 팀은 원정팀에게 경기 2일 전부터 경기 다음날까지 3박4일치 체류지원(숙식·훈련장·교통편 제공)을 하도록 했는데, 할랄 식품까지 홈팀이 마련할 의무는 없다. 심지어 알 아인은 선수단 수송용 버스와 일반 승용차 2대를 받은 것도 모자라 버스를 추가 확보해달라고 고집을 피웠다.

그런데도 전북은 최대한 협조했다. 원정에서의 푸대접이 우려된 탓이다. 이렇듯 크게 부족함 없는 방한 스케줄을 보냈음에도 알 아인은 막상 집으로 돌아가자 상식 밖의 태도를 취해 전북을 당혹케 했다.

하지만 전북 최강희(57) 감독은 짜증을 부리며 긴 입씨름을 하는 대신, 조용히 짐을 다시 쌌다. 그리고는 알 아인에서 약 2시간 거리인 아부다비로 이동해 제2의 훈련캠프를 열었다. 물론 환경은 최상이었다. 7성급 에미리츠 팰리스 호텔에서 숙식 하고, 호텔에 딸린 전용축구장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사실 최 감독은 이 호텔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올 초 UAE 동계훈련기간, 처음 예약한 훈련장이 번잡하자 이곳을 대체 사용한 기억이 있다. 물론 연습경기를 치른 적도 있다. 그래서 알 아인이 대회 결승 상대로 확정되자 최 감독은 구단 측에 “에미리츠 팰리스를 임시 캠프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알 아인~아부다비 이동거리가 비교적 길다는 설명에 두바이 도착 후 알 아인으로 곧장 넘어가는 스케줄로 바꿨으나 큰 혼란 없이 ‘플랜B‘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선수단이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일. 아무리 제2안이 괜찮았어도 푸대접은 푸대접, 텃세는 텃세다. 받은 만큼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알 아인은 홈 어드벤티치를 활용하려다 괜히 전북만 자극한 꼴이다. 최철순(29)은 “화를 많이 내는 편은 아닌데, 이런 푸대접을 받았으니 경기장에서 좋은 대접을 하겠다”고 말했고, 이재성(24) 역시 “훈련장이 갑작스레 바뀌어 혼란스러웠지만 이미 이런 경험을 해봤다. 지난해 산둥루넝(중국) 원정이 생각난다. 호텔에서 웨이트 트레이닝만 했다. 그래도 끝까지 긴장하고 잘 준비하면 된다”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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