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도 놀란 “우리 선수들이 달라졌어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5시 30분


LG 양상문 감독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놀라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LG 양상문 감독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놀라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큰 경기 경험은 선수들을 성장시킨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경우 가을야구 무대를 밟아봤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 LG 양상문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달라지는 선수들의 모습에 놀라고 있다. 사령탑으로 부임 이후 그토록 강조했던 한 베이스 더 가는 적극적인 야구, 사인이나 코칭스태프의 주문에 의한 것이 아닌 선수들이 판단해 알아서 움직이는 야구가 조금씩 되고 있기 때문이다. LG 입장에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WC), 준플레이오프(준PO)를 거쳐 PO에 진출한 것보다 더 큰 소득이다.

LG 이천웅. 스포츠동아DB
LG 이천웅. 스포츠동아DB

● 준PO 3차전 1아웃 이후 기습번트

일례로 넥센과 준PO 3차전, LG 선수들이 선취점 내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플레이를 했다. 4회 선두타자 오지환은 안타를 치고 출루했고, 채은성이 우익수뜬공으로 물러나면서 1사 1루가 됐다. 그런데 이때 다음타자 양석환이 기습번트를 댔다. 번트타구가 투수 앞으로 굴러가면서 양석환은 1루에서 포스아웃됐지만 1루주자는 2루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 번트는 신의 한 수가 됐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었던 넥센 선발 신재영은 득점권에 주자가 가자 흔들렸다. 초구에 실투를 던지면서 유강남에게 결승2점홈런을 헌납하고 말았다. 자신을 희생시켜 주자를 득점권에 보낸 양석환의 작은 플레이 하나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8회에도 LG 이천웅은 1사 1루서 다시 한 번 기습번트를 내며 주자를 진루시켰다. 다음 타자가 박용택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겠다는 의지였다. 비록 득점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양상문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LG 트윈스.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 스포츠동아DB

●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1아웃 이후 번트’는 사인이 아니라고 했다. 당연한 일이다. 무사도 아니고 1사 후 번트는 아웃카운트를 늘려 오히려 공격 팀이 불리해질 수 있다. 그러나 양 감독은 “선수들이 병살의 위험을 낮추고 어떻게든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기 위해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놀랐다”며 “정규시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는데 포스트시즌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흐뭇해했다.

양 감독은 늘 “코칭스태프가 아닌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팀이 강한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어차피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것은 선수들이다. 아무리 좋은 작전을 내도 선수들이 이행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두산이 강한 이유도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양 감독도 LG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선수가 야구를 잘 하는 팀’이 돼야 한다고 항상 강조했다. 선수들의 체질개선을 위해 공 들였던 3년간의 노력이 포스트시즌에 결실을 조금씩 맺고 있다. 이는 가을야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LG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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